이란 국영항공사 이란항공의 파르하드 파르바레시 사장은 11일(현지시간) 미국 보잉사와 민항기 80대를 구매하는 계약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바레시 사장은 이날 보잉사와 계약 체결식에 참석해 "80대 가운데 50대는 중·단거리용 보잉737 기종이고, 나머지 30대는 장거리용인 보잉777 기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항공은 이날 계약에 따라 향후 10년간 보잉사의 민항기 80대를 인도할 예정이다.

계약 금액은 166억 달러(약 19조5천억원)로,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미국 회사와 맺은 최대 규모이자 미국산 민항기를 처음 수입하는 계약이다.

미 재무부는 9월 보잉사가 이란과 거래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이란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올해 1월 풀렸지만 미국 정부는 미국 회사와 미국인이 이란과 거래하려면 재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제재 조건을 유지하고 있다.

압바스 아쿤디 이란 도로·도시개발부 장관은 이날 "이번 계약은 이란이 평화와 안정을 추구한다는 메시지를 전세계에 전하는 의미가 있다"며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보잉사는 성명을 통해 "이번에 계약된 여객기는 2018년부터 이란에 인도될 것"이라며 "이번 계약으로 일자리가 10만개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란의 한 관리는 "보잉사의 여객기 구매를 위한 금융문제가 남아있다"면서도 "미국의 금융 시스템을 이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국적기 이란항공의 여객기.

로이터통신은 2018년 인도될 보잉777 기종 15대의 자금 조달은 보잉사가 맡고 나머지는 더 협상을 해야 한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앞서 이란항공과 보잉사는 6월 민항기 80대를 구매하고, 29대를 장기임대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이란항공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프랑스 에어버스와 최종 계약도 임박했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올해 1월 제재가 해제되자마자 에어버스와 민항기 118대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1996년 이란·리비아제재법(ILSA·다마토법)으로 이란과 민항기와 부품 거래를 막았다. 이 때문에 이란 민항기가 노후해 승객의 안전 문제가 심각했다.

이란은 제재 해제와 함께 낡은 민항기를 교체하기 위해 앞으로 10년간 400∼500대를 주문한다는 계획이다.

이란엔 민항기 250대가 있는데 이 중 88대가 고장 났다. 이란항공 소속 여객기 43대의 기령은 평균 26년 정도로 알려졌다.

이번 계약은 또 핵협상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에 임박해 성사됐다는 점에서 국제적인 관심을 모은다.

계약 기간이 10년으로 트럼프의 집권 기간과 겹치는 만큼 계약이 순조롭게 이행되려면 트럼프 행정부가 도중에 제동을 걸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1월 대(對)이란 제재가 해제된 뒤에도 이란과 교역을 원하는 유럽, 아시아의 국가들은 미국 정부의 '유권해석'을 예의주시해왔다.

따라서 미국의 대표 군수 기업인 보잉사가 이란과의 직접 거래를 실제 이행한다면 다른 나라의 대이란 거래가 급물살을 탈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여전히 제한적인 이란과 금융 거래도 보잉사의 계약에 중요한 사례가 될 수 있다.

미국 상·하원은 이란에 민항기를 팔지 못하도록 하는 이란제재법(ISA)의 시한을 10년 연장하는 안을 가결했다. 이에 대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이란에 대한 민항기 판매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올해 1월 트위터에 "이란은 미국이 (핵협상으로) 준 1천500억 달러로 프랑스 에어버스 비행기 114대(실제는 118대)를 사는데 미국은 아무것도 못 팔아 먹고 있다"고 불평했다.

정치·외교적 적대를 떠나 이란과 실용적인 거래를 할 수도 있음을 내비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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