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관광 열차도 고유한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본의 '관광 열차 거장'으로 불리는 산업 디자이너 미토오카 에이지(水戶岡 銳治·69) 씨는 30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관광열차 디자이너 미토오카 에이지 씨.

일본 규슈(九州)지역의 나나츠보시(ななつ星), 유후인노모리(ゆふいんの森) 등 유명 관광 열차를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한 그는 다음 달 3일까지 열리는 '미토오카 에이지 패널전시회'를 위해 한국에 방문했다. 전시회에서는 미토오카 씨가 디자인한 열차들이 사진으로 전시된다.

미토오카 씨가 디자인한 열차는 그 특유의 디자인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다.

미토오카 씨는 "열차 디자인에서는 색깔과 승차감 등을 모두 고려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외국에서 디자이너를 불러서 디자인을 맡기기보다는 한국인이 한국에만 있는 디자인을 하고 열차를 계속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국 기차 중에는 새마을호만 타봤지만, 디자인이나 열차에서 파는 음식 등이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며 "다만 나나츠보시같은 크루즈 트레인을 만들 때 역에서 내려 주변을 관광하고 다시 타서 여행하는 한국의 기차를 참고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디자인한 열차가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이유에 대해 미토오카 씨는 '기차를 통해 제공되는 종합적인 서비스'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열차 디자인뿐만 아니라 승무원의 높은 서비스 수준, 안에서 살 수 있는 상품과 식사를 좋아하는 것 같다"며 "열차가 달리는 지역의 음식을 제공하고 에끼벤(驛弁·일본 기차역에서 판매하는 도시락) 등에도 항상 어떤 음식을 담아야 하는지와 패키지 디자인까지 생각한다"고 전했다.

열차 바닥이나 의자 등에 목재를 주로 쓰는 것에 대해서 미토오카 씨는 "물론 목재는 변형되기 쉬운 재료이기 때문에 관리도 힘들고 비용도 많이 든다"며 "그러나 과거에는 열차가 목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목재를 쓰면 여객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그는 "다른 회사 열차에서는 볼 수 없는 목재를 사용하는 것 때문에 JR 규슈의 팬도 많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디자인했던 열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열차로는 '나나츠보시'를 꼽았다. 나나츠보시는 규슈의 7개 현을 도는 '크루즈 트레인'으로 가장 저렴한 요금이 30만엔(한화 약 326만원)일 정도로 비싸지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미토오카 씨는 "열차 40개 정도 디자인했는데 그 중 나나츠보시는 처음에 디자인할 때 너무 호화롭고 비싸서 아무도 타지 않을지 모른다는 걱정이 있었다"며 "그러나 현재 규슈, 일본 전국,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팬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내 목표는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등 3대가 다 같이 여행할 수 있는 열차를 만드는 것이다"고 전했다.

미토오카 씨는 마지막으로 "여행은 인생을 압축해 놓은 것"이라며 여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누군가가 슬프거나 기쁠 때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면 대부분 여행하고 싶다고 답할 만큼 여행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다"며 "최고의 여행을 위해서는 열차와 역사, 지역 등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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