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업체 '닥터다이어리'의 최고경영자(CEO)이자 동국대 전자공학과에 다니는 송제윤(26)씨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자신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부터 보여줬다.

이어 기자의 손끝을 침으로 살짝 찔러 핏방울이 맺히게 한 다음 휴대용 기계로 측정했다. 곧바로 혈당 수치가 스마트폰에 찍혔다.

그가 개발한 '닥터다이어리' 앱이다. 이를 이용하면 혈당 수치를 매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그 결과를 당뇨병 환자가 모인 온라인 공간에서 공유할 수도 있다.

이 앱은 동국대 산학협력 관련 공모전에서 발전 가능성을 인정받아 대상을 차지했다.

올해 1월 스타트업을 시작해 동료와 줄곧 당뇨병 환자용 앱을 개발하는데 매달린 결과다.

▲ 동국대학교 스타트업 '닥터 다이어리'.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송제윤(26)씨>

송씨는 당뇨병 환자다. 중학교 3학년 때 이 병을 앓기 시작했다. 10년 가까이 하루에도 여러 번 혈당을 체크하는 등 치료를 하면서 환자의 고충을 몸소 느꼈다.

"당뇨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환자들이 인슐린 주사를 놓는 걸 보고 마약을 하는 줄 알고 경찰에 신고하기도 해요. 당뇨 환자들은 질병보다 따돌림 같은 사회의 선입견 때문에 고통받는 게 훨씬 커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낸 '국민 관심통계'를 보면 국내 당뇨병 환자 수는 2014년 기준 231만명이다. 5년 전보다 22%가 늘어난 수치다.

송씨는 이렇게 많은 당뇨 환자들이 인터넷 카페 등 온라인 공간에 모여 혈당 수치의 변화나 치료 방법을 활발히 공유하는 데 집중했다.

단순한 소통을 넘어 개인의 혈당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조심해야 할 음식 등 관련 정보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앱 개발 과정에서는 일부러 당뇨를 잘 아는 사람을 끌어모았다. 자신처럼 당뇨를 앓는 학생이나 부모가 당뇨를 앓는 학생을 일부러 찾았다는 게 송씨의 설명이다.

특히 동국대 기술창업학과 성창수 교수와 강남세브란스병원 등이 조력자로 나서면서 앱은 점점 진화했다.

사업 협력 관련 파트너를 만날 때면 '기특한 학생' 정도로 바라보는 시선이 적지 않았지만, 앱의 잠재력을 인정하고 투자를 계획한 업체도 있다.

송씨의 다음 목표는 자신의 업체가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는 것이다. 그는 투자계약을 하고 외국 판로까지 개척해 3년 이내에 이를 이루겠다는 포부까지 밝혔다.

송씨는 대학생들이 취업에만 매달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창업에 도전하기를 바랐다. 자신이 경험해 보니 정부나 각 대학의 창업 지원정책이 잘 돼 있어서 장래가 보이는 아이템이 있다면 얼마든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송씨는 16일 "제가 취업하길 바라는 부모님은 아직도 제 일에 반대하신다"면서 "아이템이 안 된다기보다는 '그걸로 먹고 살겠느냐' 하는 주변의 인식이 창업가의 발목을 잡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승훈 기자  yoon3@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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