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시대의 '핫 아이템'이었던 액션카메라(액션캠)가 고민에 빠졌다.

업체가 늘면서 '제 살 깎아 먹기'식 저가 경쟁이 심해졌고 새 고객층을 스마트폰에 빼앗기며 성장이 정체되기 시작한 것이다. 종전의 인기 IT(정보통신) 기기 위상을 지키고자 관련 업계의 노력이 치열할 수 밖에 없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액션캠은 2002년 출범한 미국 고프로가 처음 선보였다.

초기 액션캠은 파도타기(서핑) 선수를 위한 손목 카메라 형태였다. 고프로 창업자인 닉 우드먼 현 CEO(최고경영자)가 서핑 애호가라서 자신의 취향에 최적화한 디자인을 고안한 것이다.

액션캠은 점차 스쿠버다이빙·사이클링·스노보드 등 야외 스포츠 선수들이 현장 영상을 기록하는 도구로 인지도를 넓혔다.

카메라가 작고 물과 충격에 강한 덕에 가슴·헬멧·자전거 등 어디에나 달아 1인칭 체험 영상을 찍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액션캠은 2010년께 페이스북 등 SNS의 아마추어 동영상 유행을 타고 대중화에 성공했다. 국외 여행이나 번지 점프 등 색다른 체험을 멋지게 찍어 공유하고 싶어 한 네티즌의 수요를 잘 충족했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시대 때부터 있었던 카메라란 하드웨어가 젊은 층이 열광하는 첨단 IT 기기로 변신한 순간이다.

그러나 액션캠은 이후 서서히 활력을 잃었다. 소니·샤오미·가민 등 업체가 참여하면서 경쟁이 과열했고 특히 중국 업계의 저가 공세가 극심해졌다.

더 큰 문제는 야외 스포츠 애호가가 다수인 기존 시장이 포화 상태가 되면서 고객층을 늘리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가족 행사 등 평범한 SNS 영상을 찍으려는 소비자들은 성능이 막강해진 최신 스마트폰이 독식하고 있다. 아이폰7 등 일부 제품은 방수와 4K(초고화질) 촬영 등을 지원하면서 액션캠의 대체재 성격까지 띠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의 여파는 액션캠 전문 기업으로서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한 고프로에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

고프로는 매출이 급감하며 작년 4분기부터 3개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가장 성장이 빠른 카메라 업체'란 명성이 무색할 정도다. 지금은 실적 반전을 위해 새 히트작이 절실하다.

고프로와 달리 액션캠 외에도 다양한 제품군을 거느린 소니·샤오미 등도 눈에 띄는 실적 타격은 없지만, 고민의 표정은 역력하다.

자칫 잘못하면 예전 PC처럼 액션캠이 가격 외에는 차별점이 사실상 없는 사양 업종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 것이다.

국내 액션캠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급속도로 발전하는 하드웨어(HW)에다 방대한 소프트웨어(SW) 개발 생태계까지 가진 안드로이드·애플 스마트폰에 맞서 개별 기기로서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대처법은 다양하다. 소니·올림푸스·니콘 등은 화질 차별화를 내세우고 있다. 4K 촬영·고급 야간 촬영·화면 떨림 방지 같은 기능을 제공해 평범한 스마트폰보다 더 좋은 화면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무인기(드론)도 관심 대상이다. TV·영화처럼 공중 시점의 촬영을 할 수 있어 더 멋진 화면을 찾는 액션캠 팬들에게 매력적인 추가 기기가 될 수 있다.

광각(넓은 시야) 촬영과 화면 떨림 방지 등 액션캠의 기술을 쉽게 접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고프로가 19일(현지시각) 사활을 걸고 내놓은 촬영 드론 '카르마'가 대표적 예다.

액션캠을 서비스의 일종으로 진화시키려는 노력도 활발하다. 액션캠 HW를 먼저 팔고 이후 해당 고객이 기기를 '관문' 삼아 관련 서비스를 쓰게 유도해 추가 수익을 내자는 구상이다.

한국에서는 LG전자가 LTE(4세대 이동통신)를 적용한 액션캠을 내놓으면서 이런 전략을 시험하고 있다.

이 카메라는 LTE망으로 언제 어디서나 SNS에 생방송(라이브) 중계를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제조사로서는 고객에게 LTE 서비스를 파는 경로가 된다.

고프로도 클라우드 서비스인 '고프로 플러스'를 조만간 출시한다. 액션캠이 찍은 영상을 온라인 저장소(클라우드)에 자동으로 올려줘 편하게 영상 공유·편집을 할 수 있다. 기본 서비스는 무료지만 저장 공간 증가 등 혜택에 대해서는 요금을 내야 한다.

고프로는 고객이 클라우드에 올린 액션캠 동영상에 광고를 얹어 대중에게 보여주는 인터넷 미디어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광고 수익은 고프로와 동영상 제작자가 나눠 가진다. 액션캠 업계의 '유튜브'가 되겠다는 얘기다.

특별취재팀  jeonpa@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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