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붐은 실리콘 밸리를 전 세계의 경제를 선도하는 지역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러나 실리콘 밸리의 번영이 이 지역 공동체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 지역의 레스토랑들은 테크 붐으로 인해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탠퍼드 대학이 자리 잡고 있고, 우주 항공, 정보 통신 등 첨단기술 연구산업의 중심지인 팔로 알토 시가 대표적인 예다.

NYT는 "지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7년여 간의 테크 붐 기간에 팔로 알토 시내 상업지역의 약 6천500㎡ 이상의 레스토랑 공간이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에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이 들어섰다"면서 "실리콘 밸리 지역 레스토랑은 높은 임대료와 시에 납부해야하는 비용, 그리고 거대 기업들의 요리사 빼가기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 구글 본사내 카페테리아.

최근 수년간 이 지역의 임대료 상승률은 미국 전역에서 가장 높다. 원 베드룸이 3천 달러를 상회한다.

팔로 알토 시 도시기획국에 따르면 이 지역의 상업지역 임대료는 4년 전보다 60%가량 인상됐다고 한다. 지가가 오르면서 상업지역에 부과하는 세금과 제반 비용도 늘어났다.

상가 주변의 보도 개선비, 나무 유지비, 주차비 등이 급상한 것이다.

예를 들어 92㎡ 이상의 식당을 운영하려면 최소한 4대의 주차 공간을 갖추거나, 그럴 공간이 없으면 대체 주차비용으로 시에 일정액을 납부해야 한다.

그 비용이 주차 공간 하나당 6만3천848 달러(7천157만 원)다. 총 4대의 비용을 대야 하니 25만5천392 달러(2억8천620만 원)가 필요하다. 이 또한 미국 전역에서 가장 높은 대체 주차비용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NYT는 "레스토랑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려면 임대료와 주차 등 공간 비용이 전체 매출의 4∼6%를 차지해야 하지만, 팔로 알토에서는 12%를 넘어섰다"면서 레스토랑이 속속 폐업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더 심각한 것은 전문 요리사의 부족이다.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 거대 IT 기업들은 최고의 요리사들을 고용하기 위해 열을 올린다. 사내 복지 증진을 위해 각 기업이 회사 내에 근사한 레스토랑이나 카페를 만들고 그곳에 어울릴 만한 요리사와 보조 요리사들을 높은 임금을 주고 채용하고 있다.

거대 기업 종사자들이 내부에서 식사를 해결하면서 주변 레스토랑이 매상이 오르지 않는 것도 문제인데, 실력 있는 요리사들을 모두 빼가면서 일할 사람마저 부족하게 된 것이다.

NYT는 "실리콘 밸리 기술인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세상 사람들의 일상을 바꿔 놓았는지를 말하고 싶어 한다"며 "그러나 그들은 그들이 바꾼 세상이 지역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팔로 알토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스타트업들의 활동을 지지하지만, 그 대가로 우리의 공동체를 희생시키는 것엔 동의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영일 외신기자  youngkim@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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