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의 더 뉴 E클래스 11세대 완전변경 모델이 국내에 상륙했다.

E클래스는 유독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모델이다. '강남 쏘나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도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차의 인기는 판매량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10세대 E클래스는 수입차 모델 최초로 누적 판매 20만대를 돌파했고, 지난 8년간 수입차 판매 순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새로운 E클래스에 대한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다.

▲ 더 뉴 E클래스 AMG 라인.

큰 기대감만큼이나 벤츠의 고민도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 결과물인 신형 E클래스를 지난 1일 서울 중구의 한 주차장에서 만났다.

시승한 차량은 E클래스 중에서도 스포티한 주행감이 강조된 E300 4MATIC AMG 라인 차량이었다.

익스클루시브 라인보다 차량 전고가 15㎜ 낮게 설계됐고, 외관 디자인도 한층 경쾌하다.

200만원가량을 추가로 지불해야 선택할 수 있는 와인색 E클래스와 마주했다. '튄다'는 느낌보다는 중년의 소비자들도 선택하는 데 무리가 없을 정도의 고급스럽고 차분한 붉은빛이었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이전 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휠베이스는 이전 세대보다 20mm 길어져 더 넓은 실내공간을 확보했다.

차량 전면에서는 새롭게 변경된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육각형의 그릴 중앙에 큰 삼각별 로고가, 그 주변은 자그마한 삼각별 로고가 촘촘하게 자리했다. 멀리서도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얼굴이었다.

로고 플레이는 후면에서도 이어졌다. 삼각별 디자인이 적용된 후미등은 도로 위에서 훨씬 돋보였다. 후미등 하나만으로 단번에 신형 E클래스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이토록 화려한 로고 플레이는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지점이다. 동시에 벤츠의 자신감이기도 하다.

실내의 시트는 너무 푹신하지도, 너무 딱딱하지도 않았다. 몸을 잘 지탱해주면서도 편안했다.

조수석까지 이어진 광활한 MBUX 슈퍼스크린은 벤츠가 신형 E클래스에 담고 싶었던 '디지털화'를 응축한 핵심 요소였다. AMG 라인에는 MBUX 슈퍼스크린이 기본으로 탑재됐다.

유튜브, 틱톡, 애플뮤직 등 온갖 인포테인먼트를 돌아가며 실행해도 끊김이 없이 매끄러웠다.

해상도가 충분해 눈 부신 햇빛에도 화면을 읽는 데 무리가 없었다.

주행 중 원하는 기능을 쉽게 실행할 수 있도록 아이콘도 큼직했다. 통풍·열선시트, 음량조절, 비상등 등 자주 쓰는 기능은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하도록 물리 버튼으로 남겨뒀다.

다만 화면이 큰 만큼 지문 자국도 많이 남았다. 화면 청소용 클리너가 비치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번 E클래스는 실내에서 음악을 들을 때 그 매력이 배가 됐다. 17개의 스피커로 전달되는 부메스터 4D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앞좌석 등받이에 탑재된 익사이터(음향 공명 변환기)의 조합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돌비 애트모스가 구현된다는 BTS 정국의 '세븐'을 틀자 사방에서 전해지는 풍성한 사운드와 비트에 맞춰 좌석 등받이를 통해 공명이 전해졌다. 귀가 아프도록 소리를 키워야 느껴질 법한 음악의 울림이 잔잔한 음향 크기에서도 충분히 느껴졌다.

음악에 따라 실내등도 변했다. 감미로운 음악에는 액티브 앰비언트 라이트를 통해 부드러운 조명이 흘렀다.

그야말로 시각, 청각, 촉각을 모두 활용해 음악을 즐길 수 있었다.

주행 성능을 살펴보기 위해 서울 중구에서 파주까지 약 60㎞를 달렸다.

첫 주행감은 매끄러웠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적용으로 엔진이 켜고 꺼지는 것을 인식하기 어려웠다.

본격적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니 AMG 라인의 단단한 서스펜션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익스클루시브 라인에는 보다 컴포트한 서스펜션이 장착됐다고 한다.

노면 상태에 따른 진동은 정제된 수준으로 전달됐다. 방지턱을 넘을 때, 포장도로에서 흙바닥으로 들어설 때 노면 상태가 바뀌었다는 것을 알아챌 수는 있지만 불쾌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니 차량은 더욱 민첩해지고 단단해졌다. 바퀴를 통해 전달되는 감각이 풍성해지고, 페달을 밟을 때 생성되는 추진력도 보다 강력했다.

이중접합 차음 유리가 적용돼 정숙성도 뛰어났다. 귀로는 돌비 애트모스 음악이 들리고, 다리로는 드라이빙 감각이 느껴지는 '멀티 플렉스 공간' 같았다.

주행 보조 시스템도 잘 작동했다. 자유로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코너 구간은 손을 대지 않아도 스스로 주행했다.

개인화 기능도 매끄럽게 구현됐다. 시속 110㎞를 넘기자 벤츠코리아 관계자들이 미리 설정해놓은 대로 파노라믹 선루프가 스스로 열리며 차 안으로 햇살이 비쳤다.

동승자가 조수석 앞 스크린으로 유튜브를 틀어도 운전자는 볼 수 없었다. 전면에 비치된 카메라가 운전자의 눈동자 움직임을 읽어 조수석 디스플레이를 보면 화면의 밝기를 자동으로 줄였다.

주행을 모두 마친 뒤 확인한 연비는 리터당 11.9㎞였다. 더 뉴 E클래스의 공인 복합 연비는 리터당 11.6㎞다.

스티어링휠에 장착된 버튼은 모두 터치식이었다. 전면을 보고 주행하면서 터치식 버튼을 작동하기는 다소 번거로웠다.

내장된 내비게이션은 너무 많은 정보가 담겨 가독성이 떨어졌다. 화면에 담긴 도로의 모든 차선이 표시돼있어 정작 앞으로 향할 길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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