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화재 위험이 낮은 차세대 배터리인 '바나듐 레독스 플로 전지'(VRFB) 성능을 크게 높일 새 분리막 기술을 개발했다.

6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서울 서부센터 이영주 박사 연구팀이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이규태 교수팀과 자연방전 걱정 없이 2천800시간 이상 안정하면서도 기존보다 30% 이상 높은 충·방전 효율을 보인 VRFB 분리막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비가연성인 물을 전해질로 사용하는 수성 배터리(수계 전지) 중 하나인 VRFB는 전해질이 2개 저장소에 분리, 저장된 배터리다.

각 저장소에는 서로 다른 금속이온이 녹아 있어 양극과 음극이 접촉할 가능성이 없고, 전해질이 물이기 때문에 화재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

VRFB는 양극액과 음극액으로 사용되는 산화바나듐(VO2+, VO2+)과 바나듐(V2+, V3+) 금속이온이 충·방전에 관여하고, 고분자 분리막에 의해 서로 나뉘어 있다.

다만, 기존 분리막 소재로 많이 쓰인 불소화 고분자 물질인 나피온은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바나듐 이온의 교차를 발생시켜, 자연방전이 빠르게 일어나 전지 수명을 단축하는 문제점이 있다.

공동연구팀은 바나듐의 투과성은 낮추면서도, 이온전도도와 전기화학적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분리막 소재로 이온성 액체를 사용했다. 이 액체는 긴 탄소 사슬을 가지는 양이온과 약 염기성 음이온으로 이루어진 양이온-음이온 복합체다.

이 액체를 다공성 고분자막에 담은 후 막 표면을 나피온으로 박막 코팅 처리하는 방법으로 분리막을 제조했다.

이를 적용한 VRFB의 자연방전 시간이 2천800시간 이상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나피온 분리막이 적용된 VRFB의 200시간 미만보다 14배가량 향상된 수치다.

충·방전 효율도 개선됐다. 100회 충·방전 때 98.8%의 쿨롱 효율(최근 충전을 완료한 용량이 바로 직전에 충전을 완료한 용량과 대비해 차지하는 비율)을 유지했고, 기존 나피온 분리막 대비 전지 용량도 30% 이상 향상됐다.

KBSI 이영주 박사는 "이번 기술 확보로 고용량·장수명·고안정성을 지닌 차세대 수계 전지 개발이 가능해, 향후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대규모 전력 수급 및 신재생 에너지 보급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스' 온라인판에 지난 9월 12일 게재됐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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