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4일 발송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에 관한 심사 보고서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는 두 회사의 M&A를 허용하되 경쟁을 제한하는 요소들을 해결하는 내용이 담겼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공정위가 지금까지 기업의 M&A 자체를 불허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공정위 심사 보고서에 검토할 내용이 많아 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업계 관측 대로 조건부 승인이라고 하더라도 M&A에 따른 경쟁제한 요소를 줄이기 위한 시정조치들이 간단히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보고서에 복수의 시정조치를 포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시정조치의 내용은 CJ헬로비전의 알뜰폰(MNVO) 사업 포기와 경쟁제한이 발생하는 방송권역의 매각이다.

CJ헬로비전의 알뜰폰 사업을 매각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동안 업계에서 활발히 제기돼 왔다.

업계에서는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알뜰폰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하면 시장 독과점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해왔다.

CJ헬로비전의 알뜰폰 가입자는 지난 4월 말 기준 83만 명(점유율 13.2%)이다. 2위는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텔링크로 가입자 81만 명(점유율 12.9%)을 확보하고 있다.

합병이 성사되면 SK텔레콤은 알뜰폰 업계 1·2위 사업자를 동시에 보유하게 된다. 알뜰폰 가입자를 흡수해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도 있다. 시장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방송권역 매각은 합병의 시너지를 막는, 사실상 불허에 가까운 주문이어서 과연 M&A 조건에 포함됐을지 관측이 엇갈린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7조 4항은 경쟁 제한성을 ▲시장점유율 합계 50% 이상 ▲시장점유율 합계 1위 ▲2위 사업자와 점유율 격차가 1위 사업자 점유율의 25% 이상 등으로 판단한다.
SK브로드밴드와 인수합병이 되면 이런 '경쟁제한'이 발생하는 CJ헬로비전의 방송권역은 전체 23곳 가운데 15곳 이상으로 추정된다.

경쟁제한 지역의 가입자 수는 CJ헬로비전 전체 가입자 415만 명(2월 말 기준)의 7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시정조치가 보고서에 포함됐다면 SK텔레콤으로서는 인수합병으로 기대했던 유료방송시장 가입자의 4분의 3 이상을 잃게 되는 셈이다.

방송권역 매각은 공정위가 그동안 심사한 유료방송 인수합병 가운데도 가장 수위가 세다.

공정위는 2004년 한국케이블TV 천안·안양방송의 한빛기남방송 인수와 2006년 HCN계열 금호방송의 대구 중앙케이블TV 북부방송 인수 사례처럼 경쟁제한이 우려될 경우 수신료 인상을 제한하는 조처를 한 적이 있지만, 매각을 조건으로 내건 적은 없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경쟁제한에 대한 업계의 우려를 공정위가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방송권역 매각이 사실이라면 SK텔레콤으로서는 인수합병의 주요 동력을 잃어버리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5년간 요금인상 금지와 이동전화가 포함된 결합상품을 사업자 누구나 동등하게 제공할 수 있는 동등결합 활성화도 시정조치에 포함될 수 있는 내용으로 언급되고 있다.

이처럼 추측이 무성하지만 심사 보고서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공정위와 SK텔레콤 모두 함구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심사 보고서와 관련해 이날 나올지 예상치 못했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오늘 오후 공정위에서 보고서를 받았다"며 "아직 심사가 진행 중이고, 내용도 공개 대상이 아니라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jeonpa@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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