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은 원전 제어기 통신장비인 '에뮬레이터'의 보안 성능을 높일 신기술 2종을 개발했다.

원자력발전소 한 호기에는 수백 대의 제어기가 탑재돼 원전 내 각 장비가 안전하게 가동하도록 조절하는데 2000년대 초반부터 원전 제어기와 제어 컴퓨터(PC)를 연결하는 통신장치인 '에뮬레이터'의 성능 업그레이드가 이뤄지지 않아 보안성 문제를 겪어왔다.

현재 원전 제어기 에뮬레이터는 '병렬 포트'(parallel port)를 이용해야만 다른 PC와 연결되는데 더는 병렬포트를 지닌 컴퓨터가 생산되지 않아 유지·보수가 어려운 실정이다.

윈도(Windows) XP와 Windows 2000 등 보안 업데이트가 멈춘 과거 운영체제에서만 작동하는 한계도 있다.

12일 원자력연 보안기술연구실 손준영 박사팀은 병렬 포트만을 지원하던 에뮬레이터를 분석해 최근 보편적으로 이용되는 USB 포트와 호환될 새로운 '컨버터 케이블'(converter cable)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기존 에뮬레이터에 이 케이블을 연결하면 병렬 포트가 없는 컴퓨터에도 꽂을 수 있다.

Windows 10·11 같은 최신 운영체제에서도 작동하도록 케이블에 탑재할 펌웨어(firmware) 프로그램까지 개발한 상태다.

연구팀은 원전 제어기 자체의 보안성을 높이기 위해 '일회용 비밀번호(OTP) 인증' 방식도 도입했다.

에뮬레이터와 원전 제어기를 연결한 후 일회성 비밀번호까지 입력해야만 제어기를 조정할 수 있다.

손준영 실장은 "컨버터 케이블의 경우 원전 외에도 항공 발사체 데이터 보안, 군사용 시스템 장비 점검 등에 활용된다"며 "현재 기술 이전 준비 단계"라고 설명했다.

과학팀  press@jeonp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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