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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코로나 그늘' 보이스피싱 기승美 등지서 가상화폐도 재난지원금도 '먹잇감'…피싱 피해 속출
  • 금융팀
  • 승인 2022.01.15 12:32 ㅣ 수정 2022.01.15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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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테네시주에 사는 한 퇴역 군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가상화폐 투자 기회를 접했다.

처음엔 망설였지만 합법적인 사이트로 보이고 '가상화폐에 2천달러(230여만원)를 투자하면 24시간 안에 10배로 불릴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해 1만5천달러(1천700여만원)를 투자했다.

재투자까지 해서 수익이 9만5천달러(1억1천여만원)로 늘어났다는데 결국 원금조차 돌려받지 못했다. 회사 측이 애초 없다던 수수료를 과도하게 요구하며 한 푼도 돌려주지 않은 것이다.

노후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던 그는 최근 현지 언론에 "저축해 둔 돈을 모두 잃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지구촌 경제의 어려움을 틈타 각국에서 금융 사기가 빈발하고 있다.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불면서 이를 악용한 사기도 급증해 투자자들의 곡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 코로나19로 지구촌 경제 악화…금융사기 유혹 커져

KB경영연구소는 지난 10일 내놓은 '금융,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라' 보고서에서 국내외에서 금융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불안, 비대면 거래 확대, IT 기술을 활용한 범죄 수법 발달 등을 그 배경으로 꼽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10월 코로나19 관련 보고서에서 금융 사기 증가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OECD가 세계 126개 금융기관(감독기구 포함)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대유행이 금융 소비자에 미치는 위험 요인을 조사한 결과 소득 감소 등에 따른 소비자 금융 회복력 약화를 가장 우려했고, 그다음이 금융 사기에 대한 취약성이었다.

소득과 일자리 감소 등 경제 상황 악화 속에 금융 사기의 유혹이 커지면서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대부분의 금융기관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사기 발생률이 1~25% 증가했다고 답변했다.

◇ 가상화폐 열풍에 사기 피해 '눈덩이'…지난해만 9조원 규모

블록체인 분석업체인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가상화폐 관련 사기 규모는 77억달러(9조1천600여억원)로 2020년보다 81%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새로운 사기 수법인 '러그 풀'(rug pull)이 빠르게 번졌다. 러그 풀은 발밑의 양탄자를 잡아뺀다는 뜻으로, 가상자산 개발자가 투자금을 모은 뒤 갑자기 투자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가로채는 수법이다.

전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테마로 한 가상화폐 '스퀴드'(SQUID·오징어)가 대표적 사례 가운데 하나다.

이 스퀴드 코인은 지난해 10월 말 가상화폐 시장에 코인당 0.01달러의 가격으로 나와 며칠 뒤 장중 한때 2천861달러(340만원)까지 치솟았다가 5분 만에 0.00079달러로 추락했다. 이 가상화폐 개발자들이 폭락 직전 시가총액 200만달러(약 24억원)의 오징어 게임 코인을 현금화해 달아난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는 이 코인과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가상화폐 사기 피해가 끊이지 않는다.

가상화폐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2020년 8월부터 5만2천여명으로터 2조2천100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가상화폐 거래소 '브이글로벌' 대표 등이 지난해 하반기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12일 이들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이들은 수익 3배 보장, 다른 회원 유치 시 소개비 120만원 지급 등을 내세우며 회원을 끌어모은 것으로 조사됐다.

◇ 미국도 피싱·재난지원금 사기 골머리…"취약계층이 먹잇감"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2020 인터넷 범죄 보고서'에서 2020년 79만1천790건의 신고가 들어왔고, 피해액은 42억달러(4조9천900여억원)라고 밝혔다.

2019년과 비교해 신고 건수는 69%, 피해액은 20% 증가했다. 상위 3대 범죄는 피싱(phishing) 사기, 미결제·미배송, 갈취였다.

피싱은 개인정보(private date)와 낚시(fishing)의 합성어로 금융기관 등을 사칭한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악성 앱을 깔도록 유도한 뒤 개인 금융정보를 탈취해 돈을 가로채는 수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지난해 상반기 메신저 피싱 피해액은 466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2.6배에 달했다.

미국에선 코로나19 관련 사기 범죄도 잦았다. 2020년 2만8천500건의 신고가 접수됐는데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노린 사기가 대표적이다.

50대 기업인은 친척 등 다른 사람들 이름으로 허위 작성한 서류로 340만달러(약 40억원)의 지원금을 받고, 일부는 테슬라 주식을 샀다가 적발돼 사기, 자금세탁 등의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최근 선고받았다.

금융사기 사건도 수사하는 미 비밀경호국은 지난달 "사기꾼들이 가로챈 23억달러 이상의 구호기금을 지금까지 회수했고 100명 이상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다른 사람의 실업 보험금을 가로채거나 정부 기관을 사칭해 돈을 요구하는 보이스 피싱도 많다. 보이스피싱은 우리나라에서만 흔한 게 아니다.

미국 미시간주 법무부는 지난달 웨인 카운티 보안관실 직원을 사칭해 체포되지 않으려면 1천500~2천달러(약 178만~238만원)를 송금하라고 요구하는 전화 사기가 발생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스티븐 메릴 FBI 금융범죄과장은 "범죄자들은 취약계층을 먹잇감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 영국서 오미크론 악용 사기…각국 대응 강화

영국에서는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을 내세운 사기가 문제가 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기꾼들은 문자나 이메일로 기존 유전자 증폭(PCR) 검사로는 오미크론 변이를 감지할 수 없다며 새로운 검사를 신청하라고 요구한다. 신청을 거부하면 격리될 것이라며 은행 계좌를 포함한 개인 정보를 입력하라고 안내한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를 빙자해 무료로 오미크론 변이 PCR 검사를 해주겠다며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피싱 이메일도 발송되고 있다.

이처럼 2020년 초 코로나19 발병 이후 신종 금융 사기가 눈에 띄게 늘어남에 따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이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미국은 주 정부 차원의 피싱 사기 방지법을 두고 있으며, 사기 대상이 되기 쉬운 고령층을 보호하기 위한 '사기 및 스캠 방지 법안'이 하원을 통과해 상원에 상정돼 있다.

유럽은 중앙은행, 지급결제시스템 운영기관 등이 사기 데이터 분석 정보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피싱 사기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이창우 KB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한국은 금융 사기 중 특히 보이스 피싱 방지를 중점적으로 추진하며 사고 예방, 대처, 피해 복구, 처벌 등 범정부 차원의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연구위원은 현행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법은 전자상거래 사기, 중고물품 중개 사기, 사이버 주식 사기 등 최근 증가하는 금융 사기에는 적용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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