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가전으로 만리장성을 쌓은 장루이민(張瑞民) 하이얼(海爾) 회장이 미국 시장 본격 공략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중국 가전업체인 하이얼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가전사업 부문을 54억달러(6조4천억원)에 매입하는 최종 합의서에 서명했다.

중국 칭다오(靑島)의 소규모 가전업체에서 출발한 하이얼이 미국 가전의 빅4 가운데 하나인 GE 가전부문을 품에 안은 것이다.

하이얼은 1984년 칭다오에서 창립했다. 자본보다 빚이 많아 금방이라도 망할 것 같았던 소규모 가전업체는 31년만에 세계 최대 가전업체 중 하나로 성장했다. 2014년 하이얼의 글로벌 판매는 2천7억위안(36조원)으로 전년대비 11% 성장했고 순익은 150억위안으로 39% 증가했다.

온라인 판매는 548억위안으로 전년대비 2천391%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이얼이 중국 가전에서 만리장성을 쌓은 데에는 장 회장의 품질경영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

1985년 칭다오 냉장고 공장장으로 재직하던 장 회장은 냉장고 품질에 대한 고객의 항의전화를 받고 창고안에 있던 400대의 냉장고를 점검했다. 장 회장은 이중 76대의 제품에 하자가 있는 것을 알고 전 직원을 창고 앞에 집결시킨뒤 쇠망치로 냉장고를 모두 박살냈다. 하이얼 품질경영의 시작이다. 장 회장이 이때 사용한 쇠망치는 현재 중국 국가박물관에 국가문물로 지정돼 보관하고 있다.

하이얼은 현재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있다. 판매점 중심의 전통적인 판매 방식이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중국의 동영상포털인 러스(樂視), 휴대전화의 샤오미(小米)와 화웨이(華爲), 동영상 플랫폼인 아이치이(愛奇藝), 알리바바 등 인터넷 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가전시장 진입을 선언하고 나섰다. 인터넷 기업들이 원가에 가까운 혹은 원가에도 못미치는 가격으로 가전 시장을 노크하면서 전통 가전업체들의 이윤을 갉아먹고 있다.

동영상 포털로 출발한 러스는 새로운 가전 신제품을 발표하면서 아예 원가내역을 대외에 공개하고 나섰다.

전통적인 시장의 강자였던 하이얼이 인터넷 기업과 살을 깎는 경쟁을 하면서 위기의식을 느꼈고, 이번 GE 가전부문 매수도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세계 시장조사기구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하이얼의 대형가전 판매는 6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하이얼은 전 세계에 5개 연구개발센터를 두고 있고 21개 공업단지와 66개 무역회사, 14만개의 판매점을 두고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012년 아시아 상장회사 50강에 하이얼이 처음으로 진입했음을 알렸다.

하이얼의 GE 가전부문 인수로 미국 시장에서 가전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얼은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 월풀 등을 누르고 미국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노리고 있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 등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다만 하이얼의 GE 가전부문 인수는 아직 미국 반독점 당국의 승인을 남겨두고 있다. 지난해 일렉트로룩스가 GE 가전부문을 인수하려다 반독점당국의 제동에 무산된 바 있다.

장 회장은 지난 4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하이얼의 탐색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 감히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GE 가전사업 인수에 나선 장 회장의 탐색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춘식 중국통신원  libin@ituf.or.kr

<저작권자 © 전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