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인공신경망의 학습 능력을 향상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24일 UNIST에 따르면 신소재공학과 정홍식 교수 연구팀은 중국 칭화대 연구진과 함께 인공신경망 칩의 불안정성을 역이용해 인공신경망의 학습 능력을 향상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인공신경망은 인공지능의 한 종류로, 뉴런과 시냅스로 구성된 인간의 뇌신경망을 모사해 반도체 칩으로 구현한 기술이다.

인공신경망 칩을 쓰면 인간 뇌처럼 에너지는 적게 쓰면서 연산과 기억 작업을 동시에 할 수 있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수많은 소자가 집적돼 오차가 존재한다는 단점이 있다.

기존 인공신경망의 학습 방법은 오차가 없는 완벽한 인공신경망 칩을 가정한 것이어서 실제 학습 능력은 떨어지게 된다.

정 교수팀은 실제 인간 뇌도 완벽에 가까운 동작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착안해 상변화 메모리 기반 멤리스터(memrister) 인공신경망 학습법을 개발했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 내 상변화 물질의 '저항 드리프트 현상'(전기저항 증가)을 학습에 반영한 것이다.

학습 과정 중 정보 업데이트 패턴이 시냅스 역할을 하는 멤리스터에 전기 저항 증가 형태로 기록되기 때문에 변화 패턴과 데이터 간 연관성을 추가로 학습하게 된다.

멤리스터란 메모리(기억)와 레지스터(저항)의 합성어다.

기존 0 또는 1의 디지털 정보만 저장하는 대신 다양한 아날로그 저항값을 저장할 수 있어 뇌신경 시스템 구성 요소인 시냅스를 구현할 수 있는 메모리 소자다.

연구팀은 숫자 0∼9로 구성된 손글씨를 분류하는 실험으로, 개발한 학습법이 3% 정도의 학습 능력 향상 효과가 있음을 증명했다.

특히 손글씨 분류가 어려운 숫자 8의 경우에는 정확도가 더 크게 향상됐는데, 난이도에 따라 차별적으로 변화하는 시냅스 업데이트 패턴 덕분에 학습 능력이 향상된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상대적으로 분류하기 쉬운 숫자 1의 경우 시냅스 업데이트가 자주 발생했는데, 이는 뇌신경과학의 동물 실험에서 나타나는 의사결정 확정도와 높은 유사성을 갖는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운 결과라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반도체 소자의 불안정성을 최소화하려는 접근법 대신 이를 이용해 학습 능력을 향상하는 접근법을 고안했다는 점에서 인공신경망 칩 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연구"라고 말했다.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12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 수행은 한국연구재단의 나노소재원천사업과 UNIST의 미래선도형특성화사업, 인공지능대학원프로그램 등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윤승훈 기자  press@jeonp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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