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요 3개 로보어드바이저 전문업체에 몰린 돈이 1조원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파운트, 에임, 디셈버앤컴퍼니(이하 디셈버) 등 3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의 자문계약(디셈버는 일임계약 기준) 금액은 1조2천468억원으로, 1년 전(2천479억원)보다 9천989억원, 402.9% 급증했다.

로보어드바이저란 로봇(robot)과 자산관리사(advisor)의 합성어로, 컴퓨터 알고리즘을 토대로 고객의 투자 목적 및 성향에 맞춰 자동으로 제공하는 투자자문 또는 투자일임 서비스를 말한다.

주로 펀드나 국내외 상장지수펀드(ETF) 가운데 투자 대상을 선별해 포트폴리오를 추천하고, 시장 국면 변화에 따라 자산 재조정(리밸런싱)을 해주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 발달과 비대면 거래 확산에 힘입어 인력 개입을 최소화하면서도 고객 맞춤형 자산관리가 가능해진 영향이다.

계약규모와 고객 수 추이를 살펴보면 3개사 모두 사업 규모가 1년 새 폭증했다.

파운트의 계약 규모는 2019년 말 1천461억원에서 작년 말 8천227억원으로 1년새 무려 6천766억원 늘었고, 같은 기간 에임은 980억원에서 3천930억원으로 2천950억원 증가했다. 디셈버는 38억원에서 311억원으로 273억원 늘었다.

고객 수는 파운트가 3천105명에서 5만4천12명으로 불어났고, 에임이 8천700명에서 3만5천명으로, 디셈버가 2천114명에서 2만1천358명으로 각각 늘었다.

다른 로보어드바이저 전문업체나 은행, 증권사 등 기존 금융사의 자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까지 포함하면 자동화된 자산관리를 받는 자금 규모와 고객 수 증가 폭은 이를 훨씬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통적인 간접투자 상품인 공모펀드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 현실과는 차별화된 모습이다.

금융투자협회 펀드 설정액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형 공모펀드에선 총 10조5천814억이 빠져나갔다.

낮은 은행 예·적금 금리에 실망한 일반인들이 속속 금융자산 투자에 눈을 뜨는 가운데 로보어드바이저 시장도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반 개인이 직접 투자할 때와 비교해 로보어드바이저는 다양한 자산군에 분산 투자하도록 한다"며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투자를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직접 투자보다 효용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이 기존 금융권 대비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 성장이 한계에 부딪힐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우창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시중에 유동성이 늘고 있는데 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간다는 것은 기존 금융산업이 사람들을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상품 판매 위주였던 기존 금융권과 달리 로보어드바이저는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 줄 것이란 고객들의 기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커지면 카카오 등 대형사들도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로보어드바이저 스타트업들이 차별화된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지 못한다면 잠시 반짝했다가 사라지게 될 운명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팀  press@jeonp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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