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산업로봇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이 본격적으로 로봇산업 육성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중국과학기술협회, 공업정보화부 주관으로 23∼25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세계로봇대회에 나란히 축전 메시지를 보내 산업로봇과 스마트제조업 육성에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 전세계 산업용 로봇 판매의 56%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로봇시장이면서도 성장이 더딘 자국의 로봇산업 발전에 대한 강력한 지원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시 주석은 "정보화와 공업화의 부단한 융합에 따라 로봇을 대표로 하는 지능산업이 새롭게 부상하며 과학기술 혁신의 중요한 표지가 됐다"며 "로봇 연구개발을 적극 추진해 로봇 산업의 발전과 서비스의 제고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은 로봇산업 육성으로 자국산 제품의 시장점유율을 45%까지 끌어올리기로 하고 선양(瀋陽)에 이어 톈진(天津)시에 스마트 로봇 산업단지를 개설, 국내외 로봇 관련 기업을 중점 유치할 계획이다.

중국의 로봇 열기는 지난 2008년부터 제조업체들이 노동력 부족에 대처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방편으로 시작됐다. 자동화기업과 구매자들에 대한 세제감면과 인센티브에 힘입어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세계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중국은 전세계에서 판매되는 23만개의 응용로봇 가운데 56%를 차지하며 연간 27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뒤를 일본, 미국, 한국이 따르고 있다.

특히 지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중국 산업로봇시장 판매량은 매년 58.9% 증가했고 향후 5년간 산업로봇 수요도 연 15만대에 이르며 시장확대 추세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내다보고 있다.

중국 당국의 로봇산업에 대한 관심에 비해 경쟁력은 아직 뒤떨어지는 편이다.

왕톈란(王天然) 중국과학원 자동화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은 로봇 디자인 설계나 첨단 로봇 제작에서는 한참 뒤처져 있다"며 "2013년 IFR 보고서도 중국의 로봇산업이 혁신성과는 거리가 멀고 중소규모에 경쟁력도 떨어진다고 지적한 바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2013년 이후 세계 최대의 산업로봇 시장을 줄곧 갖고 있지만 상위 500대 기업 중에 핵심 기술분야에서 뚜렷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 아무도 없다는 자조적인 평가를 갖고 있다.

뤄쥔(羅軍) 국제로봇·지능장비산업연맹 회장은 "중국의 로봇제조사와 지방정부가 단기적 시야로 이미 개발돼 있는 기술에만 투자하거나 해외 제조업체를 끌어들이기 위한 산업단지 조성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이 같은 로봇 경쟁력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한국을 파트너로 삼고 있다.

이달초 리커창 총리가 한국을 방문, 박근혜 대통령과 체결한 경제분야 양해각서 가운데 로봇개발 활용, 스마트공장 설치 등의 협력방안도 포함돼 있다. 한중 양국은 로봇 분야에서 지속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 상호 인증기준을 조율하고 공동 연구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이춘식 중국통신원  libin@itu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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