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해 하반기 국내 주력 제조업은 '3약(철강·반도체·정유) 3중(조선·전자·자동차)'의 형태를 띠며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0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 센터에서 김현 메리츠종금증권 기업분석팀장 등 산업별 전문가가 참석한 가운데 '2020 하반기 산업전망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전망을 내놨다.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하반기 제조업에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며,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로 수요 절벽을 겪은 철강 산업은 중국의 철강 재고 보유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가격 하락 압력이 커져 수익성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는 유가 급락과 정유제품 수요의 70∼80%를 차지하는 항공·차량·선박 운행이 크게 줄면서 상반기에 마진이 악화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수요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분야도 밝지 않다.

당초 하반기 모바일 신제품 효과로 D램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스마트폰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서버 판매량도 늘지 않는 데다 공급 증가까지 더해져 공급 과잉이 지속될 전망이다. 낸드플래시 역시 스마트폰과 TV, 컨슈머 제품의 수요 부진으로 실적 개선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전자·자동차는 그나마 나을 것으로 관측됐다.

조선업은 최근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로 회복 기대감이 높아졌다. 다만 글로벌 경기 회복과 물동량에 후행하는 조선업 특성을 고려하면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전자·전기 업종의 경우 내수 시장의 빠른 회복과 유럽 전기차 고성장에 따른 국내 배터리 수요 증가, 우호적 환율 여건 등에 힘입어 하반기 일부 실적 회복을 예상했다. 다만 미중 관계 악화에 따른 부품 수급 차질과 코로나19 재확산 시 수요 침체 장기화 등의 우려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자동차업계는 5월 이후 주요 생산 거점의 공장이 다시 가동하기 시작하면서 실적 회복이 기대된다. 다만 멕시코·인도 등 신흥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건설 역시 국내 경기 위축과 부동산 규제 강화 등으로 업황 부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상반기 코로나19의 직격탄을 입은 항공산업은 각국의 봉쇄 완화 조치에도 실적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국내선 경쟁이 치열해지고 국제 여객 시장의 구조조정이 가속화하는 것은 물론 코로나19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는 이상 작년 수준의 수요를 회복하려면 최소 3∼4년은 기다려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중국과 선진국의 순차적인 봉쇄 해제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코로나19가 여전히 진행 중이고 가을 이후 2차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올 가능성도 상존한다"며 "미중 무역갈등, 일본 수출 제재 문제 등의 이슈가 더해진 만큼 모든 산업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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