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광전하이브리드연구센터 곽순종 박사와 효성화학 조성민 폴리케톤 사업단장 공동연구팀이 기체 차단성이 우수하면서 습도에 강하고 유연성이 좋은 포장용 고분자필름 신소재를 개발했다.

기체 차단성이 우수한 포장용 소재는 산소와 수증기 등의 침투를 막아 식품을 보호하는 기능이 뛰어나기에 식품 등 다양한 제품 포장재로 사용된다. 현재 식품용 기체차단 포장 소재로는 1970년대 일본에서 상용화된 '에틸렌 비닐 알코올'(EVOH)' 고분자가 널리 쓰인다. 국내 업계도 EVOH 대부분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 폴리케톤+EVOH 신소재 구조와 기체 차단성 실험 결과.폴리케톤과 EVOH를 혼합할 때 EVOH 함량이 30%가 되면 기체 차단 성능(그래프의 검은 점들)이 크게 높아진다.

EVOH는 상용 고분자 중 기체 차단성이 가장 우수하지만, 습도에 약하고 유연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특히 가격이 ㎏당 10달러 내외로 높아 광범위한 제품 적용에 어려움이 있다.

23일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효성화학이 개발해 2015년 양산화에 성공한 고분자 소재 '폴리케톤'과 EVOH를 7대3 비율로 섞고 화학적 변화를 유도하는 방법(Blend & Alloy)으로 EVOH보다 우수하면서 가격은 저렴한 신소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폴리케톤에 EVOH를 30%가량 혼합한 이 신소재는 순수한 EVOH와 동등한 기체 차단성을 지니면서도 습도 저항성과 유연성은 획기적으로 향상된 특성을 보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또 효성화학이 독점 생산하는 폴리케톤은 EVOH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해 순수한 EVOH와 비교해서 가격경쟁력도 우수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식품포장 뿐 아니라 화장품, 의약품 포장재, 자동차 연료탱크, 연료파이프, 진공 단열 패널, 매립지의 침출수 포장막(geomembrane) 등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 가능해 사회·경제적으로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연구결과는 KIST-효성화학 공동 특허 출원으로 지적재산권을 확보하고 효성화학으로 기술을 이전해 사업화 단계를 밟고 있다.

곽순종 박사는 "폴리케톤의 우수한 화학적, 기계적 특성과 EVOH의 높은 기체 차단성을 결합, 최상의 시너지 효과를 얻었다"며 "저렴하고 식품 보존 성능이 우수한 식품포장재 기술은 앞으로 다가올 세계적 식량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성민 사업단장은 "이 기술에 대한 파일럿 단계 실험 검증을 이미 마쳤다"며 "현재 식품 저장성 평가와 양산공정 테스트 등 제품 생산의 마지막 검증 단계를 밟고 있어 사업화에 매우 근접한 상태"라고 말했다.

윤승훈 기자  press@jeonp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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