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 사이 이맘 때 보기 힘들었던 청명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공기청정기 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전세계 공장들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봄철 불청객이었던 미세먼지가 자취를 감춘 탓이다. '코로나19의 역설'에 황사까지 뜸하면서 매년 두 배씩 성장해 온 공기청정기 시장이 주춤하는 모양새다.

19일 전자랜드에 따르면 올해 2~3월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 114%, 2019년 85%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올해 판매량 저조는 예상 외 결과다.

▲ 코로나 여파로 중국 등 전세계 공장들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봄철 미세먼지가 자취를 감추자 공기청정기 업계가 판매 부진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공기청정기 판매가 이처럼 저조한 것은 이례적으로 청명한 날씨 영향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7%(33㎍/㎥ → 24㎍/㎥) 감소했다. 같은 기간 고농도 일수 또한 지난해 18일에서 올해는 2일로 급감했다.

이는 중국과 국내 공장가동율이 크게 떨어지면서 미세먼지가 줄어든데다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으로 대외활동을 자제하면서 자동차 매연도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기질이 크게 개선되자 소비자들이 공기청정기 필요성을 크게 못 느낀다는 분석이다.

한 렌탈업체 관계자는 "최근 몇년 간 공기청정기 시장 성장세를 감안하면 올해도 큰 폭 판매량 증가가 예상됐지만 오히려 1분기 판매량이 소폭 감소했다"며 "코로나19로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는 점도 호재로 판단했는데 예상 외의 부진"이라고 말했다.

B업체 관계자는 "2월과 3월은 공기청정기 판매 성수기로, 매년 평균 50% 정도 판매량이 늘어왔지만 올해는 20% 가량 느는데 그쳤다"며 "시장 점유율이 높은 업체일수록 정체 또는 매출이 줄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공기청정기 업계는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심하고 있지만 자칫 코로나19 사태 속에 잇속을 챙기는 기업이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어 마케팅에도 조심스럽다.

또한 과거 바이러스 제거나 세균 감소율 등을 경쟁적으로 내세웠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장광고 제재를 받은 경험도 몸을 사리게 만든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18년 '바이러스 99.99% 제거', '세균 감소율 99.9%' 등 표현문구를 사용한 공기청정기 판매·렌탈 메이저 업체 7개사에 시정조치와 함께 15억6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C업체 관계자는 "초미세먼지를 대부분 걸러내는 공기청정기 필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입자도 거르는 것이 일부 가능하다"면서도 "생활·실내 환경과 공기청정기 사용 패턴에 따라 효과에 차이가 큰 만큼 적극적으로 코로나19 마케팅을 펼치는 것은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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