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이 20일 방사성 물질 방출 사건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

박원석 원장은 이날 대전 원자력연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구원의 모든 임직원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의 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원안위는 이날 연구원이 지난 30년 동안 극저준위 방사성 액체 폐기물 처리시설에서 액체 방사성 폐기물을 방출해왔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원은 1990년 8월 자연증발시설을 설치할 당시 설계도와는 달리 외부로 연결되는 바닥배수탱크(600ℓ)를 설치했고, 이에 따라 방사성 물질이 30년 동안 연간 470ℓ∼480ℓ씩 1만4천여ℓ가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원자력연은 "자연증발시설은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은 시설이어서 당시 과기부에 운영허가를 받을 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해당 연구자들이 모두 퇴직해 자세한 경위는 알지 못하지만, 바닥배수탱크는 샤워실의 일반 폐수를 모으는 용도로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사선량이 인체와 환경에 영향이 없는 극미량이긴 하지만 어떤 위로도 되지 않음을 알고 있다"며 "원내 폐기물을 관리하는 모든 시설을 도면과 비교해 조사한 뒤 시민들께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앞으로 일주일에 한 차례 하천 토양을 분석하고 채취 지점을 추가하는 한편 토양 깊이 별로 방사능을 측정하는 등 환경 방사능 분석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번에 문제가 된 자연증발시설 뿐만 아니라 전사적 관리체계, 설계 기반 형상 관리, 안전의식 등을 포함한 상세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전시도 강한 유감을 표명하는 한편 시 차원의 원자력 안전 대책을 마련해 추진키로 했다.

현재 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분기별로 실시하는 검사 횟수와 검사 지점을 확대하고, 주변 35개 지점의 토양과 농산물 등 10개 분야를 대상으로 매달 시민과 함께 환경 방사능을 측정해 공개한다.

내달부터는 원자력 시설 비상계획구역(관평·구즉·신성·전민동) 내 주민대표로 구성된 '시민안전소통센터'를 꾸려 상시 모니터링을 한다.

또 액체 방사성 물질의 관리를 강화하도록 '방사성 액체 폐기물 유출 조기 경보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밖에 지자체에 감시·감독 권한을 부여하고 방사성 폐기물에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하는 등 내용을 담은 원자력안전법·지방세법·지방교부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지역 정치권과 함께 노력키로 했다.

반핵 시민단체인 핵재처리실험저지30㎞연대는 이날 연구원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원장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라며 "연구원을 폐쇄하든 원장이 사퇴하든 보다 강도 높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회팀  press@jeonpa.co.kr

<저작권자 © 전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