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터진 속보 내용을 두고 논란이다.

‘홍콩은 중국의 내정문제’라고 문대통령이 말했다고 일방적으로 중국 언론들이 실시간 속보로 보도한 것은 치졸한 짓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정부가 중국 편을 들어줬다는 내용이다.

홍콩문제는 미국과 중국이 대치하고 있는 인권문제의 핫이슈란 점에서 미 정부의 심기를 건들게 된 결과다.

청와대는 시진핑 주석이 홍콩 및 신장 문제는 중국의 내정문제라고 설명한 것을 듣고 잘 들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문 대통령이 했을 뿐이라는 해명이다.

어찌 보면 시진핑의 노련한 덫에 걸린 모양새다. 외국 정상을 불러다 놓고 자신들의 목적을 위한 발언에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올가미를 씌운 것이다.

그러나 문대통령이 시진핑 발언에 외교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힐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침묵으로 일관 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또 두 정상 간의 정상회담 중 미국을 자극하는 내용의 속보를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보도했다면, 문 대통령이 그런 의사표현을 한 적이 없다고 와교부가 확실하게 기자회견을 자청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외교가 빵점인 한국외교부라도 이 정도의 순발력이 없이 어떻게 대통령을 보좌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것인지 한심스럽다.

시진핑은 문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에서 줄곧 사드(고고도미사일) 배치 철회와 홍콩은 내정이라는 중국 편들기만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이 역시도 우리 외교부가 시진핑을 만나기전에 사전 예측 시뮬레이션을 돌려봐야 했었다. 정말 외교부의 무능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언론들이 문대통령이 중국 측에 할 말은 제대로 했겠느냐는 의문을 갖는 이유다.

더욱이 북한의 성탄절 ICBM (대륙간탄도미사일) 도발과 핵실험에 대한 얘기는 일체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대북제제 완화만을 거론한 시진핑의 태도에 굳이 그를 한국에 와달라고 사정할 필요가 없다는 여론이다.

문대통령과 만난 시진핑의 외교적 자세를 보면 그가 한국정부를 하찮게 대하는 모습을 읽을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에게는 기가 죽은 모습으로, 일본 아베에게는 미소 속에 아부(?)로 목적을 달성하는 태도가 역력하다.

이에 반해 한국을 대하는 시진핑의 모습은 사드 및 홍콩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중국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오만한 자세가 엿보인다. 정말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더 비난을 받아야 할 곳이 우리 외교부다.

중국의 일방적인 속보 발표에도 ‘벙어리 삼룡이’ 같이 말 한 번도 못하고 ‘무대책이 상책마냥’ 어정쩡한(?) 외교부의 무능함에 5천만 국민들은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이다.

능력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조직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인지, 오히려 홀로 분투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안쓰러울 지경이다.

물론 최종 책임은 청와대다. 사전 시나리오를 꼼꼼하게 점검하고 청정 간의 긴밀한 협의로 불시에 튀어나올 정치적 변수를 사전에 체크하지 못한 무책임을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윤상진 기자  press@jeonp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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