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연일 터지는 정치적 이슈에 여론의 장(場)을 자처하는 포털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8월 23일 하루 동안 네이버 뉴스에 달린 댓글은 모두 67만2천466개로, 네이버가 댓글 관련 통계 공개를 시작한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많았다.

보통 네이버 뉴스에 달리는 댓글은 하루 30만개 안팎 정도다. 그런데 한일 갈등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7월부터는 하루 40만~50만개를 넘는 날이 잦아지고 있다. 23일은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발표한 날이다.

최근에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뜨거운 찬반 논쟁이 뉴스 댓글을 넘어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급검)까지 옮겨붙었다. 조 후보자를 지지하는 층이 실급검에 응원 문구를 띄우자 반대 측도 맞불을 놓는 등 '검색어 전쟁'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실급검은 검색의 절대량이 아닌 증가 비율을 계산해 순위를 매긴다. 이 원리 때문에 전체 대비 소수 이용자라도 단체 행동을 통해 불과 1~2시간 만에 실급검 1위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이번 일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주장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이용자들이 보여주는 관심의 흐름을 반영한다'라는 애초 실급검의 취지에서는 한참 멀어진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네이버는 '검색어가 상업적 혹은 의도적으로 악용되는 경우' 해당 검색어를 제외한다는 기준을 갖고 있지만. 이번 건에 적용되지 않았다.

네이버 관계자는 "실급검과 관련해서는 공개된 노출 제외 기준 외에 개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섣불리 실급검에 개입했다가 자칫 오해를 살지 모른다는 네이버의 우려도 이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작년 이른바 '드루킹' 사태가 뉴스 편집·댓글 전반에 대한 논란으로 번졌듯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포털 신뢰성 위기가 재발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포털이 뉴스나 실급검을 운영하는 목적이 그 무엇도 아닌 이윤 추구라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실급검은 이번 일이 있기 이전부터 기업의 마케팅 활용 도구로 변질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뉴스의 경우 이용자를 다른 서비스로 유인하는 핵심 콘텐츠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 광고 수익 모델이다.

네이버는 이런 광고를 통해 올해 2분기에 작년보다 12% 늘어난 1천66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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