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고순도 불화수소의 자체 생산에 착수했다. 삼성전자에 이은 세계 D램 점유율 2위 사업자인 SK하이닉스를 계열사를 두고 SK그룹이 대체선 확보에 전사적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SK머티리얼즈 관계자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고순도의 불화수소 샘플 공급을 목표로 관련 개발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본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대(對)한국 수출규제로 인해 부각된 것일 뿐 고순도 불화수소 생산은 예전부터 계획해 온 일"이라고 부연했다.

불화수소는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웨이퍼를 세정하는 공정과 회로의 패턴을 형성하는 웨이퍼 식각(에칭) 공정에 사용된다. 한국 반도체 업체들은 비교적 낮은 순도의 불화수소를 사용할 수 있는 세정 공정에는 국내산 불화수소를 사용했지만 보다 세밀한 식각 공정에는 기술력이 탁월한 일본 업체들의 고순도 불화수소를 사용해 왔다.

SK는 일본의 수출 규제로 대체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D램 시장 2위 사업자로 시장 점유율이 30%에 달하지만, 메모리반도체 수요 감소로 최근 실적이 좋지 않다. 올 2분기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나 감소한 6376억원에 머물렀고 매출은 6조4522억원으로 38% 줄었다. 직전인 1분기에 비해서도 영업이익은 53%, 매출은 5% 각각 줄었다.

여기에 일본의 수출규제까지 겹치며 그룹 내 효자 노릇을 해온 반도체 사업이 자칫하다간 주저앉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SK하이닉스는 일본산 고순도 불화수소를 대체하기 위해 국내산을 비롯해 중국과 대만산까지도 대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SK하이닉스가 앞서 국내 불화수소 생산기업인 솔브레인으로부터 일본 제품을 대체할 수준의 고순도 불화수소 샘플을 공급받아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솔브레인만 불화수소를 고순도로 정제하는 기술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던 불화수소는 순도 99.9999999999%(9가 12개)의 제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 18일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국내 대기업들이 중소기업들이 고순도 불화수소를 제조할 수 있음에도 써주지 않았다'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주장에 대해 "불화수소는 공정별로 필요한 제품이 다 다르고 세밀한 분자구조를 필요로 한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인 바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불화수소 순도를 따질 때 9가 10개인 것과 9가 12개인 것은 순도 차이가 100배나 차이가 난다는 것으로 이는 세밀함을 요구하는 반도체 공정에서는 엄청난 차이"라며 "오랜 기간 업력을 쌓아온 일본 업체들의 기술력을 국내 업체들이 단시간 내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가 지난 21일 오후 김포 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해 일본 기업들과 원자재 수급 관련 논의를 하는 등 SK는 일본 기업들과의 수출 규제 해결방안 마련에도 힘쓰고 있다.

앞서 김동섭 SK하이닉스 대외협력총괄 사장도 반도체 소재 수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6일 출국해서 18일 복귀했다.

산업팀  press@jeonpa.co.kr

<저작권자 © 전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