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반도체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반도체 업체들이 감산 카드를 꺼내 들면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투자액이 올해와 내년, 두해에 걸쳐 연속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9일 반도체 관련 시장조사 회사인 IC 인사이트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설비투자액(CAPEX)이 2019년과 2020년 각각 전년 대비 15%, 5%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2년 연속으로 투자액이 감소하는 것은 2012~2013년 이후 6년 만이다.

IC Insights가 지난 1983년부터 반도체 업계의 투자현황을 조사해온 결과 2년 연속으로 투자액이 감소한 경우는 5차례(1985~1986, 1997~1998, 2001~2002, 2008~2009, 2012~2013) 있었다.

이 5차례 중 앞선 4차례의 경우 연속적인 투자액 감소가 있은 뒤 1~2년 내에 50%가 넘는 투자액 증가가 이뤄지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2012~2013년의 경우에는 침체 후에 나타나던 투자액 증가 폭이 축소됐다. IC Insights는 이를 '성숙해진 반도체 시장의 한 단면'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침체 후 급격한 회복'이라는 패턴이 변화하는 조짐이 보이면서, 2020년 이후 반도체 투자액도 과거와 달리 극적으로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한편, 투자액 감소에는 전세계적인 경기부진에 따른 수요 감소와 이에 따른 메모리반도체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세계 3위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은 지난 25일 올해 3~5월 사이의 실적을 발표하면서 낸드플래시 생산을 10%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초 낸드와 D램 반도체를 5% 감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한지 반년도 안돼 감산 폭을 늘린 것이다.

앞서 국내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설비 재배치를 통한 생산라인 최적화 계획'이 있다고 밝히며 간접적으로 감산을 시사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도 올해 1분기 실적이 저조해지자 낸드 웨이퍼 투입을 10%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마이크론이 추가 감산 계획을 밝히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추가적인 감산 조치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주요 제조업체들의 감산 정책이 실제 공급 축소와 재고 감축으로 이어지면 올해 하반기에 들어 메모리반도체 가격의 하락세도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4분기 메모리 가격 하락 폭이 둔화되고 내년 1분기부터 수급 개선이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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