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구매 고객에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혐의로 기소된 이동통신 3사 법인과 전·현직 임원들이 무죄로 확정된 법원의 판결은, 그야말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대법원 3부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위반(단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통3사 상고심에서 '전원 무죄'를 선언한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판결이다.

5700만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이통3사의 불법 보조금 지급은 당연한 불법행위이고, 대부분 이통3사가 불법지원금으로 영업경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팩트(fact)이다.

그런데도 법원이 "공소사실에 피고인들이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을 지급했다는 구체적 사실이 적시돼 있지 않다"며 무죄를 선고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다.

어느 바보가 타 경쟁사에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나만 몰라라’ 하는 영업담당 임원이 있겠는가.

이통3사의 가입자 경쟁은 곧 매출증대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마케팅부문 담당 임원들은 ‘죽기 살기’로 과당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며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이동통신 업계의 관행을 소비자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소비자들도 이미 이통3사의 보조금지원에 중독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보조금 지급 조건에 단말기 할부금 및 사용상의 '족쇄'의 법을 걸어 티가 나지 않도록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마케팅은 일반 국민들 조차도 모르고 넘어가는 일이 다반사다.

그런데도 대법원이 "이동통신사들이 대리점을 뒤에서 움직여 보조금을 더 주게 한 것인지 입증되지 않았다"며 1·2심 판단이 옳다고 본 것은 법을 악용한 유추해석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ICT 분야의 이용자보호단체들이 한국사회에서 제 기능을 다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재벌그룹인 이통3사가 ‘눈엣가시’인 ICT 분야의 소비자보호단체를 사장시키거나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도록 지원을 철저하게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통3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이동통신서비스 사업에서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지만, 정작 그들은 소비자를 위한 이익환원은 전무한 실정이다.

오히려 이통3사 재벌그룹들이 ICT이용자보호단체들의 소비자보호활동에 법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대형 로펌의 권력을 과시하며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실이 이런데도 법원이 무조건적으로 재벌통신그룹의 손을 들어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막대한 돈을 들여 유명 대형로펌에게 변론을 맡기다보니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오기 일 쑤다.

이통3사의 불법보조금 관행은 대리점현장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현실인데도 이를 ‘나 몰라라’하는 법원의 판결은, 아직도 대한민국 사법부가 재벌에 약하다는 허점을 드러낸 셈이다.

‘악법도 법’이라지만 5700만 가입자를 대상으로 불법보조금 지급을 하는 이통3사의 변칙플레이(?)를 수수방관하는 법원의 모습은, 돈과 권력 앞에서 타협하려는 사회적인 적폐다.

윤상진 기자  press@jeonp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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