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속속 로봇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삼성전자의 로봇 개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로봇 사업을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라는 점은 공식화했지만, 사업화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연구개발(R&D)차원에서는 로봇 관련 기술을 연구 중이지만, 사업화에 대한 입장은 내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연구개발 단계일 뿐 로봇 관련 사업화 일정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AI(인공지능) 연구를 책임지는 삼성리서치 소장인 김현석 CE부문 대표이사 사장을 중심으로 로봇 관련 선행기술 확보를 조용히 진행 중이다.

미국, 유럽 등 해외 유수 대학의 로봇 권위자와 접촉해 삼성전자의 로봇 구상에 대해 활발한 의견교환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로봇에 대한 고민이 깊은 것은 바로 이 대목에서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로봇 석학들을 만나 의견을 구하면, 오히려 그들이 삼성전자가 구상하는 '로봇'사업의 철학과 비전에 대한 질문을 많이 던진다"며 "당장 단기적인 목표가 아니라 로봇 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을 수립하고, 차별화된 비전과 전략을 진지하게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여러 곳에서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첨단기술을 집약한 로봇을 개발하기 앞서, 로봇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쓰이는 것이 삶에 도움을 줄 것인가에 대한 성찰과 철학을 세우는 것이 먼저이기에 고민이 깊다는 것이다.

김현석 사장이 올 초 'CES 2018'에서 "저희가 로봇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면 거짓말이다. 연구소에서 하고 있다"며 "무엇에 필요한 로봇인지 목적이 명확해지면 사업이 빨리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때문이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는 제조현장 활용도가 높은 스마트공장용 로봇과 삼성메디슨 등 의료기기사업과 접목할 수 있는 의료용 로봇, AI의 허브로 가정 내 모든 제품들을 연결하고 명령을 수행하는 집사 기능을 갖춘 스마트홈 로봇 등의 사업화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LG전자가 최근 출시한 'LG 클로이 수트봇'을 착용한 작업자가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쇼핑카트로봇에 옮겨담고 있는 모습.

반면 LG전자는 연일 로봇을 향한 공격적인 행보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후문이다. 그간의 보수적 기조를 깨고, 로봇 제조업체 로보스타(Robostar)를 인수했다.

인수 건을 비롯해 로보티즈, 보사노바 로보틱스 등 로봇 개발업체에 1년여간 투자한 금액만 700억원 규모다. AI와 로봇사업에서는 실기(失機)하지 않으려는 절치부심이 엿보인다. LG전자 관계자는 "조 부회장이 로봇 사업에 대한 의지와 자신감이 매우 강하다"고 설명했다.

최고경영자의 결단 덕분인지 LG전자는 로봇 브랜드인 '클로이'를 빠르게 확장 중이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전시회인 'CES 2018'에서 스마트홈 로봇 '클로이'를 선보인 데 이어, 오는 3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 2018'에서 사람이 직접 착용하는 하체근력지원용 웨어러블 로봇을 공개한다.

LG전자 뿐 아니라 아마존, 구글, 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IT공룡들도 앞다퉈 로봇 투자를 늘리고 있다. AI 비서 '알렉사'로 성공을 맛본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아마존은 집주인을 따라다니며 각종 명령을 수행하는 가정용 로봇 프로젝트 규모를 키우고 있다.

엔지니어를 500명으로 두배 늘리고 연구공간도 따로 마련했다. '알렉사'를 탑재한 가정용 로봇을 늦어도 2020년까지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구글은 존슨 앤 존슨의 의료기기 자회사 에티콘 엔도-서저리(Ethicon Endo-Surgery)와 수술용 로봇회사 버브 서지컬을 설립하고 수술용 로봇을 개발 중이다.

IBM과 손잡고 인공지능 로봇 '나오미'를 개발한 일본 소프트뱅크는 알파벳(구글 모기업)의 자회사이자 로봇 제조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는 등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로봇과 AI 시장 선점을 선언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인류와 공존하는 것은 AI를 대비한 스마트로봇"이라면서 미래를 IoT, AI, 로봇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했다.

이 키워드는 손 회장이 '비전 펀드'로 투자한 회사들과 일치한다. IT업계 관계자는 "구글, 아마존 등 기존 플레이어 뿐 아니라 중국 화웨이 등 굴지의 IT기업들이 로봇사업 구상을 구체화하며 투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고민할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았다는 말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트랙티카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산업 규모는 2022년 2370억달러(약 250조원)로 2016년(310억달러)보다 8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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