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경쟁 강도가 올 들어 세지고 있다. 한때 50%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렸으나 3D(3차원) V낸드 플래시로 공정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공급 과잉 우려가 나온다. 연말 중국 업체 양산까지 더해질 경우 수급 문제로 가격이 떨어지고 메모리 반도체 회사의 수익성도 낮아질 염려가 있다.

15일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낸드플래시 투자 규모는 280억 달러에 달했다. 비트 그로스(bit growth, 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 40%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시설투자액(220억달러)을 27% 초과해 투자가 이뤄진 셈이다. 낸드 업계는 향후 수년간 낸드플래시 비트 그로스가 매년 40%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한 '256Gb 5세대 V낸드' 제품의 모습

올해는 주요 낸드 제조사들의 투자 규모가 31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비트 그로스 성장 전망치와 견주면 투자금이 41% 초과 집행된다는 얘기다. 생산량을 결정하는 장비 공급확대와 라인 증설로 초과 공급이 예상된다.

IC인사이츠는 "과도한 투자지출은 초과 공급을 일으키고 연쇄적으로 가격 하락세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공정 개선에 따른 수율 향상으로 생산성이 높아진 것도 공급 과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지적됐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낸드업계의 투자 규모는 평균 114억달러였다. 지난해 투자액(280억 달러)로 과거 5년 평균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은 수익성 확대와 신제품 개발을 위해 2D 공정을 3D로 전환하려는 시도 때문이었다. 나노 단위 미세공정의 한계에 부딪힌 메모리 업계는 기존 평면 구조였던 낸드플래시를 아파트처럼 단층을 쌓아올리는 수직 3D 구조로 전환하는데 박차를 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3D V낸드 제품 전환 공정에는 더 많은 팹 장비와 추가적인 클린룸 공간이 필요해 제조사들의 투자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과잉투자와 공급량 확대로 낸드 가격 하락과 수요 증가율 둔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낸드 수요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 48%에서 올해 28%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2분기부터 가격하락이 본격화하면서 수요 증가율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연간으론 공급 증가율을 하회할 것이란 관측이다.

낸드 시장의 강자인 5개 업체의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점유율 38%대로 세계 1위인 삼성전자는 지난달부터 평택캠퍼스에서 세계 최초 5세대 V낸드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64단 혹은 72단 4세대 V낸드를 주력제품으로 생산하는 경쟁사보다 한 세대 높은 90단 이상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도시바, 웨스턴디지털, 마이크론, SK하이닉스 등 기존 상위 5개 업체 외에 연말부터는 중국 업체도 낸드 생산에 나선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4월 현장방문한 XMC를 비롯해 YMTC가 32단 3D 낸드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IC인사이츠는 "향후 수년간 기존 업체들의 3D 낸드플래시 생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새로운 중국 제조사도 시장에 진입할 경우 3D 낸드 시장의 초과 투자에 따른 우려가 매우 높아지고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팀  press@jeonpa.co.kr

<저작권자 © 전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