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네트워크 보안 기술인 '블록체인(Blockchain)'이 신재생에너지는 물론 미래에너지 생태계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디지털통화인 비트코인을 위해 개발된 블록체인은 거래 정보를 중앙집중식이 아니라 개인과 개인 간(P2P) 방식 네트워크에 분산하고 참가자가 공동으로 기록·관리하는 기술이다.

거래를 신속하게 처리하면서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보안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금융시장에서는 블록체인이 주식, 채권 등 증권시장과 은행 서비스에서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일 미국 디지털 비즈니스 전략가 돈 탭스콧 박사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가진 언론간담회에서 "블록체인이 전력산업에 본격적으로 도입될 미래에는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전력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혁명'의 저자인 탭스콧은 이날 '2017 빛가람 국제전력기술 엑스포(BIXPO 2017)'에서 특별 강연을 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탭스콧은 "블록체인이 이끄는 새로운 전력시장은 분산된 전력시스템이 토대가 될 것"이라며 "여기에는 대규모 원전뿐만 아니라 태양광 패널, 전기차 배터리까지 모두 포함되며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블록체인 상에서 에너지를 소비하고 동시에 팔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인자동차의 경우 블록체인을 통해 에너지 소비와 함께 다른 전력공급자에게 전력을 제공할 수 있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래 에너지의 생산과 분배·거래 모두 블록체인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블록체인이 접목된 미래 전력시장의 예로 세탁기를 들었다.

탭스콧은 "블록체인에 포함된 세탁기는 일종의 개별 경매시장을 열 수 있다"며 "한전이 지배하는 기존 시장에서 벗어나 기계가 스스로 판단해 가장 싼 전력을 공급받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기회사뿐만 아니라 각종 전력 관련 공급망이 블록체인으로 몰려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록체인을 통하면 에너지 공급망에서 전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탭스콧은 강조했다.

그는 "호주의 경우 교외 전봇대에 문제가 생기면 이를 찾는 데 며칠이 걸리지만 블록체인 상에서는 곧바로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한전 같은 기존 거대 전력회사는 앞으로 사라지게 될까.

이에 대해 탭스콧은 "그 결과는 한전에 달려 있다"며 "한전은 중개자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탭스콧은 블록체인이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전력 부하 관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간헐성은 흐리거나 바람이 불지 않는 날씨 등 환경에 따라 전력 생산의 변동이 큰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특성을 지칭한다.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인 셈이다.

탭스콧은 "블록체인을 통해 전력망의 부하와 균형을 관리할 수 있다"며 "모든 에너지원을 블록체인에 연결할 수 있고 블록체인은 이 에너지들을 관리하면서 안전하게 감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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