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한국인이 유심칩 구입을 통한 이른바 '선불폰' 이용에 애로를 겪고 있다.

독일에서는 선불폰이 테러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7월부터 개통 시 본인인증 절차가 강화됐는데, 여기에 한국 여권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최근 독일 베를린에 잠시 체류 중인 박모(41.여) 씨는 선불폰을 개통하기 위해 마음고생을 했다.

박 씨는 한 통신사의 유심칩을 10유로에 구매해 자신의 휴대전화에 끼웠는데 개통이 되지 않았다.

유심칩을 구입한 매장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통신사 홈페이지의 화상채팅으로 본인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박 씨는 화상에서 한국 여권을 제시했지만 인증을 받지 못한 채 이번에는 우체국에 직접 가서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을 들었다.

다음날 우체국에 찾아갔지만 이번에는 여권이 인식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발걸음을 돌렸다.

지난 7월부터 비슷한 사례가 독일에 체류 중이거나 관광 온 한국인에게 속출하고 있다.

독일과 관련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에서도 선불폰 개통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알디톡 등 일부 통신사의 유심칩은 개통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가 유학생들 사이에 돌지만, 여전히 애로가 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에서는 통화와 데이터를 쓸 수 있는 유심칩을 마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어 현지인들뿐만 아니라 단기 체류 외국인들과 유학생들이 많이 이용한다.

이 같은 불편함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는 지적이다.

몇 년 전부터 새로 도입된 독일 우체국 인증 기기에서 한국 여권이 인식되지 않았다.

독일은 본인인증 시 출생지를 중시하는데 한국 여권에는 출생지가 적혀있지 않은 탓으로 전해졌다.

통신사의 화상 인증 시에도 출생지 문제로 한국 여권이 인식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선불폰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한국 여권 소지자들은 인터넷 뱅킹의 계좌 및 신용카드 개설을 위한 본인인증을 우체국에서 받을 경우 인증 거부로 불편을 겪어왔다.

이 때문에 일부 한국 여권 소지자들은 아직 새 기기를 도입하지 않은 우체국을 수소문해 찾아가 본인인증을 받아왔다.

베를린에서 사업을 하는 50대 김 모 씨는 통화에서 "현재 불편이 가중된 데다, 테러 예방책으로 앞으로 본인인증이 더욱 요구될 수 있기 때문에 한국 여권의 인증 거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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