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서 가계통신비 절감과제로 제시했던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조기폐지가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법령상 자동으로 폐지되는 9월말까지 50여일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법 개정이 어려운 데다가 이제와서 조기폐지해봤자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19일 국회에 따르면 지원금 상한제를 조기폐지하는 내용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개정안 총 17건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지원금 상한제는 단통법의 핵심조항 중 하나로 소비자가 출시 15개월 미만의 단말기를 구입할때 이동통신사가 지급할 수 있는 지원금의 최대금액을 33만원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2014년 10월1일 단통법 시행부터 적용됐지만 3년 한시조항으로 삽입돼 오는 9월30일이면 자동으로 일몰된다. 일몰까지 남은 시간은 44일에 불과하다.

지원금 상한제 조기폐지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포함돼 있다. 지난 7월 19일 발표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주요 '100대 국정과제' 중에서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민생경제 분야에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조기 폐지를 통해 가계통신비를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지원금 상한제의 자동일몰전까지 단통법 개정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고 입을 모았다. 여야가 오는 18일부터 2주간 임시국회를 열기로 합의했으나 이는 '2016년 예산 결산심사' 국회이기 때문에 법안심사가 어렵다.

더욱이 단통법을 다루는 과방위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당면한 현안으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법안소위 구성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과방위에서 마지막으로 법안소위가 열린 것은 지난 1월로 7개월 전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법안소위 구성부터 실제 법안심사와 본회의 통과까지 최소 한달은 잡아야 하는데 남은 기간은 40여일에 불과하다"면서 "자동폐기될 것을 고작 1~2주 앞당기자고 법안심사를 하는 것도 무의미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원금 상한제 조기폐지가 이처럼 지연된 까닭은 '국회의 파행'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신임장관들에 대한 청문회와 이를 둘러싼 여야 대치가 지속되면서 국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애초에 촉박한 일정을 감안하지 않고 무리하게 공약에 내용을 포함시킨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정책국장은 "국정기획위가 통신정책이나 국회 상임위 사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성과에만 연연해 국정과제를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국회 상임위도 법안심사에서 제대로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팀  press@jeonpa.co.kr

<저작권자 © 전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