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관계자 "갑질못하게 되자 103개 협력업체와 계약 파기로 대응"

[본지단독] SK브로드밴드(대표 이형희)가 자회사를 설립하고 전국 103개 홈센터 5200여명의 직원을 채용하겠다는 발표에 대해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리점법)'로 갑을관계에서 약자인 을(홈센터)의 지위가 강화됨으로써 본사의 '갑질'이 어려워진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26일 SK브로드밴드 홈센터 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가 겉으로는 자회사 설립으로 5200명의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한다고 선전하지만 그 본질은 본사의 갑질이 어려워진 갑을관계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SK브로드밴드는 103개 홈센터를 통해 인터넷가입 유치와 설치, AS업무 등을 전담하고 있는 전속계약을 6월30일까지 일괄 해지하고 업체 소속 홈센터 직원 5200명을 자회사를 만들어 정규직으로 신규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언론을 통해 협력업체 직원 5200명을 SK브로드밴드 자회사 정규직으로 편입시킨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십수년간 SK브로드밴드와 갑을계약을 체결해온 103개 홈센터 협의회는 이러한 계획의 이면에는 "남양유업사태로 입법화된 '대리점법' 적용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도사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리점법 시행으로 SK브로드밴드 본사와 같은 원청업체(갑)가 홈센터업체(을)에게 관행처럼 강요해온 '판매행위강제행위' '구입강제행위'가 금지된다.
수수료 차등지급도 금지됨으로써 SK브로드밴드 홈센터와 같은 업체들은 내심 정상적인 갑을계약과 영업을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홈센터 업체들의 이런 기대는 SK브로드밴드 본사의 홈센터계약 전면 해지와 소속 직원편입이라는 SK브로드밴드의 전략에 '물거품'이 됐다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시행된 '대리점법'시행됨에 따라 SK브로드밴드는 올해부터 계약시 적용받게 된다. SK브로드밴드는 오는 6월30일까지 103개 홈센터업체와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데 교묘하게도 SK브로드밴드가 자회사 설립후 홈센터 직원의 신규채용을 완료하겠다고 예고한 날짜도 6월30일이다.

SK브로드밴드의 이같은 결정을 대리점법의 시행과 함께 새 정부가 들어서고 재벌의 불공정관행에 강한 입장을 취해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임명되면서 계약관계상 약자인'을'(홈센터)에 대해 일방적인 영업강요나 관련한 행위들이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SK브로드밴드 홈센터협의회 비상대책위 강경준 부위원장은 "오는 7월1일부터 대리점법이 적용된 새로운 계약으로 하청업체의 설움을 딛고 일할 맛 나는 세상이 오는가 생각도 했었다"며 "그러나 SK브로드밴드 본사가 103개 중소 홈센터업체 계약 파기와 직원채용발표로 응수면서 이런 희망은 산산조각이 났다"고 밝혔다.

또한 서울소재 유 모 홈센터 대표는 "SK브로드밴드가 103개 중소기업인 홈센터와의 계약파기를 불과 일주일전에 통보하며 직원들과 대표들을 소위 '갈라치기'를 했다"며 "이 과정에서 지난 십수년간 동고동락한 동반자의 지위는 아예 없었다"고 토로했다.

한편 SK브로드밴드 홈센터 비대위는 SK브로드밴드 본사의 이번 결정을 불공정행위로 규정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 민형사상 소송, 국회와 청와대 앞 시위 등으로 적극 대처해 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두연 기자  dyhwang@jeonp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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