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페이스북 등 이용자의 온라인 이력을 추적해 광고로 큰돈을 벌던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유럽에서 사업모델의 위기에 직면했다.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인터넷 사생활(ePrivacy)에 관한 새 규정의 초안에서 웹사이트나 구글 크롬 같은 브라우저가 온라인 브라우징 이력에 기반을 둔 맞춤형 광고를 보여주는 데 이용자의 동의를 받도록(opt in) 했다. 현재 기본 설정은 이용자가 맞춤 광고를 원하지 않으면 거부할(opt ouf of) 수 있게 돼 있다.

새 사생활 규정을 어기는 기업은 글로벌 매출의 최대 4%에 이르는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대형 IT 기업들은 수십억 달러(수조원)의 벌금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온라인 광고업체들은 EU의 새 규정이 인터넷 전체 사업모델을 뒤집을 것이라면서 맹렬히 비판했다.

영국의 광고 이익단체인 인터넷애드버타이징뷰어로우(IAB)의 정책 담당인 이브 슈브라즈바르트는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다. 우리가 아는 전체 인터넷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가장 큰 걱정은 먼저 동의를 구하는 것이다. 광고는 인터넷의 자금 모델로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런 전체 모델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U 집행위원회는 또 페이스북의 왓츠앱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스카이프 등 인터넷망으로 문자 메시지나 전화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이른바 오버더톱(OTT) 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왓츠앱과 스카이프는 이용자의 위치 정보 등을 활용하는데 제한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U의 제안은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느슨한 규제로 부당한 혜택을 보고 있다고 주장한 대형 통신업체들의 대대적인 로비에 이어 나왔다.

이런 조치는 EU가 대형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는 광범위한 시도의 일부다. EU는 정보 보호와 저작권 규정을 뜯어고치고 있다. EU는 구글에 대한 반독점 조사 여러 건을 진행하고 있으며 애플에 천문학적인 체납세를 내라고 명령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통신업체 임원은 "유럽의 디지털 미래에 큰 피해가 있을 것"이라면서 "세계 다른 지역과 비교해 디지털 기업에 거대 장벽이 생긴다. 유럽 소비자들에겐 서비스가 쓰기 어려워지고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사업자들은 새 규정 덕분에 이용자가 언제 누구에게 전화를 거는지 등을 포함한 메타 정보를 이용해 광고할 수 있게 됐다.

페이스북과 구글 등이 회원사인 이익단체 IAB유럽은 지난달 EU 집행위원회에 보낸 편지에서 온라인 광고 관련 규정 개정에 반대를 표명했다.

페이스북은 새 규정에 대한 의견 수렴 과정에서 인터넷 사생활 규정을 아예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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