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이 불허된 것은 구글이 우리 정부와의 협상에서 핵심 쟁점이던 '안보시설 수정'에 관해 거부 견해를 되풀이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며 타협 여지가 사라져 결국 '조건부 허용' 수준의 합치점도 못 찾은 것이다. 구글이 다시 정부에 반출 신청을 할 개연성도 당분간 낮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외교부·국방부 등 다부처로 구성된 지도 국외반출협의체는 구글 지도반출의 필수 조건으로 미국 등 외국판 구글 지도(구글맵)의 위성사진 서비스에서 군부대 등 우리의 안보 민감 시설을 보이지 않게 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예컨대 국외의 적대 세력이 우리 군의 위치와 세부 설비 등을 알 수 없게 이런 민감 시설은 아예 지우거나 흐리게 처리(블러 처리)하거나 해상도를 대폭 낮춰 달라는 얘기다.

구글은 한국판 구글맵의 위성사진에서는 청와대 등 민감 시설을 확대하면 해상도가 급감하도록 했지만, 외국판 구글맵에서는 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구글은 이번 반출 협상에서 블러·저해상도 처리 등 정부 제안에 부분 수용 등의 전향적 검토 대신 완강한 거부를 되풀이했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우리 정부가 다른 나라의 구글맵을 '검열'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재량권을 넘어서는 행위이며, 구글의 서비스 품질도 떨어지는 만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위성사진은 러시아·유럽 등 각국에서 이미 수많은 데이터가 유통되는 만큼 유독 구글맵만 고쳐도 한국의 안보에 실익이 없다는 것도 거부의 논리였다.

앞서 구글은 올해 9월 대만 측이 타이핑다오(太平島)란 섬의 자국 군사 시설이 외국판 구글맵 위성사진에 노출된다면서 삭제 처리를 요구했지만 수용하지 않았다.

구글이 반출하려는 한국 지도 데이터는 SK텔레콤[017670]의 T맵에 쓰는 지도와 동일한 자료로, 안보 관련 시설이 모두 지워진 상태다. 즉 요청한 지도 자체를 반출하는 자체는 우리 안보에 별로 영향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 군 당국이 예전부터 문제를 제기했었던 외국판 구글맵의 위성사진 서비스를 쟁점으로 내놓으면서 양측 대화는 평행선을 달리기 시작했다.

당초 구글 측은 외국판 구글맵 문제는 한국 지도반출과 무관한 사안이라고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외국판 구글맵의 위성사진에다 반출된 지도를 겹치면 국외 적대 세력이 정밀 타격이나 폭탄 테러 등을 계획할 때 쉽게 활용할 수 있다면서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

협의체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와의 통상 분쟁 위험을 방지하고자 정부도 구글의 주장에 대해 전향적 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안보가 중요하다는 주장에 밀려 결국 힘이 실리지는 못했다.

구글은 애초 미국·유럽 등의 '글로벌 서버'에 각국 지도를 넣어 구글맵을 운영하는데, 이번 반출이 무산되면서 이 국외 서버에 한국 지도를 추가할 길도 막혔다.

구글은 이 때문에 지금껏 한국판 구글맵은 국내의 서버 호스팅 서비스(서버를 빌려주는 서비스)를 써서 원래 기능의 5분의 1 수준으로 제한적으로 운영했다.

예컨대 3차원 지도·내비게이션·실내지도·도보 길 찾기 등의 고급 기능은 한국판에서 쓸 수가 없다.

구글이 이번 불허 결정 이후 다시 반출을 신청할 가능성은 당분간 낮을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장기간 협상을 통해 우리 정부의 기본 견해를 확인한 만큼, 견해차를 극복할 방안이 없는 이상 재신청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 IT(정보기술) 업계의 한 관계자는 "블러·삭제·저해상도 처리 등 한국 정부의 요구를 어느 정도라도 수용할 의향이 있어야 허가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껏 구글의 강경한 태도를 볼 때 입장을 180도 바꿀지 의문"이라고 내다봤다.

구글코리아는 이번 불허 발표와 관련해 "구글도 안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이번 결정에 대해 유감스럽다"며 "앞으로 관련 법규 내에서 가능한 지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견해를 밝혔다.

'관련 법규 내의 지도 서비스'란 서버 호스팅 서비스를 통해 제한적 기능의 한국판 구글맵을 계속 운영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구글코리아는 재신청 계획에 대해서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구글이 한국 지도 반출을 신청해 불허 결정을 받은 것은 2010년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황두연 기자  dyhwang@jeonp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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