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이 27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황 회장은 공기업 체질을 못벗은 느리고 비대해진 조직에 방만경영으로 통신 경쟁력이 추락하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KT호의 조타수를 잡았다.

황 회장이 한국의 대표적인 통신기업인 KT호의 선장이 되자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신화를 일궜듯 KT를 유수 글로벌 통신사 반열에 올려놓을 것이라는 기대와 통신쪽 사업 경험이 없어 성과를 낼지 미지수라는 우려가 교차했다.

황 회장은 그러나 취임하자마자 '글로벌 1등 KT'를 목표로 내걸고 과감한 구조개혁을 추진했다.

유사·중복된 스태프 보직을 정리하고 임원을 30% 이상 감축하는 한편 대규모 명예퇴직을 단행하는 등 조직을 슬림화하는 한편 주요 인력을 현장 중심으로 재편했다. 황 회장의 이런 강력한 인적 쇄신 드라이브에 대해 일각에서는 '삼성식 개혁'이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했다.

황 회장은 또 통신을 핵심 전략사업으로 삼는 '선택과 집중' 원칙을 천명했다.

문어발식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온 기존의 경영 방식을 버리고 KT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올인'하겠다는 것이다. 황 회장이 주창한 '기가인터넷'도 이러한 경영 전략 아래 나온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계열사 구조조정에도 박차를 가해 작년 사이더스 FNH를 매각한 데 이어 최근에는 KT미디어허브 흡수·합병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는 KT렌탈, KT캐피탈 등의 비통신 사업 계열사 매각을 본격화한다.

취임 첫해인 작년이 '비상'의 초석을 다지는 한해였다면 올해는 '통신 명가 재건'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게 황 회장의 복안이다.

우선 최고의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 스마트 에너지 ▲ 통합 보안 ▲ 차세대 미디어 ▲ 헬스케어 ▲ 지능형 교통관제 등 5대 신성장 동력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이를 위해 작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미래융합전략실을 미래융합사업추진실로 확대하는 등 추진 체계 정비를 완료했다.

이와 더불어 국내 유·무선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보고 해외 통신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작년 해외시장에서 올린 매출은 3천447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4%에 불과한데 2016년에는 8%인 2조원대의 매출을 해외에서 창출한다는 계획도 세워놨다.

KT 관계자는 "매출생산성은 매년 내리막길을 걷고 직원들은 패배의식에 빠진 위기 상황에서 구체적인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었다는 점에서 황 회장의 지난 1년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황 회장의 남은 임기 2년 앞에는 아직도 많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단 황회장 취임전 수년간 날개 없이 추락한 현장 영업력이 아직 완전히 복원되지 않아 도약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2년 이래 가입자 감소가 지속하던 무선 부문의 경우 작년 5월부터 가입자가 순증하며 회복 기미를 보이는듯했지만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다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유선 부문도 아직은 시장 1위 업체로서의 입지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쟁업체의 추격 속도가 빨라 한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취임 2년차인 올해가 중요하다. 작년에는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졌다면 올해는 확실한 성과를 시장과 구성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며 "그래야 현재 추진하는 개혁이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KT는 황 회장 취임 1주년에 맞춰 26일 KT광화문빌딩 이스트(East) 입주식을 한다. 지상 25층, 지하 6층 규모의 광화문빌딩 이스트에는 황 회장 집무실과 비서실 등이 자리한다. 이에 따라 세종로에 인접한 기존 광화문 사옥은 KT광화문빌딩 웨스트(WesT)로 명명됐다.

황 회장은 "KT는 대한민국의 중심이자 상징인 광화문에서 항상 새로운 역사를 창출해왔다"며 "이번 신사옥 입주를 계기로 미래를 준비하는 글로벌 1등 기업이자 국민기업이 될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노진우 기자  jinrocal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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