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이태원 참사를 자극적이거나 부정확하게 보도한 방송사들의 뉴스 프로그램들을 긴급 안건으로 지정해 본격 심의에 나섰지만, 같은 사안을 놓고도 심의 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16일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이태원 참사 보도 심의를 위한 긴급 임시회의를 열어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보도채널 보도 12건을 심의했으나 비교적 민감한 7건을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의결을 보류했다. 회의에는 이광복 소위원장과 황성욱·김우석·정민영 위원이 참석했고 윤성옥 위원은 불참했다.

안건으로 올라온 민원들은 참사 현장 제보 영상을 제대로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보여주거나 목격자 인터뷰를 하면서 부적절한 질문을 하고, 대통령실과 경찰 등 정부 대응에 관해 부정확한 팩트를 보도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참사 관련 최초 보고를 받은 시각이 사고 당일 오후 11시 1분이었는데 자정 이후라고 보도한 KBS 1TV '특집 KBS 뉴스 9'(11월 2일), 올해 이태원에 배치된 경찰이 예년보다 적었다고 보도한 MBC TV '특집 MBC 뉴스데스크'(11월 1일)에 대해선 위원들이 다소 정파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시각차를 드러냈다.

김우석 위원은 "보고 시간 지체에 대해 문제점을 얘기할 수는 있지만 최고 책임자에 대한 부분을 성의 없이 보도하는 것, 객관적 팩트를 왜곡하는 것은 문제"라고 했고, 황성욱 위원도 "국가 대응을 보도하면서 완전히 오보를 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민영 위원은 "정정이 필요한 부분은 정부에서 요청하면 되는 부분이며 전체적으로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진행자가 사고 현장에 있던 제보자와 전화 인터뷰하면서 "지인은 없었냐"는 등 부적절한 질문을 했고, 현장 제보 영상을 자극적으로 강조했다는 민원이 제기된 KBS 1TV 'KBS 뉴스특보' 10월 30일 방송분도 의결 보류로 결론 났다.

정민영 위원은 "참혹한 현장 상황을 기록하고 보여주는 건 보도에서 필요한 부분"이라며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그러나 김우석 위원은 "(사람들이) 깔려있고, 끼어있고, 꺼내지지 않는다는 등 표현은 사자(死者)를 물건 취급하나 하는 생각도 들어 많이 불편했다"며 '의견진술'을 요청했다. 황 위원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트라우마가 있는 이유는 당시 배가 가라앉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봤기 때문이다. 국민 알권리를 위해 기록을 남기는 게 필요하지만, 영상이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라며 의견진술에 동의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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