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아닌 실무진만 줄줄이 사퇴...'수박 겉핥기'

대통령실 고강도 쇄신에 “도살장 와 있는 기분”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빈대하나 잡자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라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이는 대통령실 하급직을 대상으로 벌이는 구조조정보다는 책임자급 관리자들이 작금의 상황을 책임져야 한다는 속내가 들어있다. 직설적으로 수석아닌 실무진만 거꾸로 물갈이를 했다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실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은 권핵관(권성동 측 핵심 계자)과 장핵관 (장제원 측 핵심관계자)으로 분화하며 권력다툼 속에서 자기 측근들을 대통령실에 박아놓은 후유증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그래서 권핵관·장핵관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이들 핵관들은 ‘그들만의 리그’를 꿈꾸려던 몽상에 민심이 뿔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사실 그들을 내쳐야 한다는 것을 윤 대통령도 모를 리가 없다.

바로 이런 핵관 계파가 대통령실에 안착한 사실을 바로 잡고자 하는 게 이번 대통령실 인사쇄신 배경이다.

그런 점에서 윤핵관을 자칭했던 이들의 뱀의 머리는 두고 꼬리만 잘라낸다면 하나마나다.

과거 청와대 시절도 잘못 결정했던 윗선을 남겨두고 이를 실행하는 하급직만 잘못으로 돌린 것이 비일비재했다.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과 진 배 없다.

이런 현상이 윤 정권 하에서도 빚어지고 있는 것을 바라보는 당 안팎은 “부끄럽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러다보니 이 싸움의 불똥이 여권내부에서는 권핵관·장핵관만이 아닌 검핵관(檢출신 핵심관계자)·용핵관(용산 핵심관계자)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마치 국민의힘 지도부가 비대위 폐지 속에 또 다른 비대위를 만드는 것처럼 윤핵관이 또 다른 모습으로 권력이 분화하는 모습이란 지적이다.

이는 국정운영에 걱정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입바른 민심의 평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윤 정권이 출발하면서 시작초기부터 삐거덕(?) 거리는 이유는 '인사가 만사'임을 지키지 못해서다.

윤대통령을 곁에 두고 당에서 벌어지는 권력다툼이 결국 대통령실 사람까지도 자신들의 사람을 심어놓으려는 욕심이 빚은 불협화음이다.

그렇다고 대통령실 직원들을 하루아침에 몽땅 날리는 것은 현명치 못하다. 가장 윗선인 책임자부터 사퇴시키면서 속칭 핵관 계파들과 관련되어 있는 이들만을 인사조치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실제 책임자 사퇴는 소수에 그치고 명령을 따랐던 이들만 축출한다면 비상식적인 처사라고 국민들은 이맛살을 찌푸릴 것이 확연하다.

윤 정권이 먼저 해야 할 일은 핵관으로 불리며 윤심(尹心)에 아부하는 대통령 측근들을 당분간 멀리할 필요가 있다.

민심이 이들 핵관들로 부터 멀어지고 있는데 대통령만 이들을 감싸고 든다면, 그 후유증은 엄청난 데미지로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다.

이제 쯤 대선의 보상 대가(?)로 설쳐대는 당내의 윤핵관들의 소리에 귀를 닫아야 할 때다. 이 것이 길면 길수록 대통령의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게 틀림없다.

구조조정이든, 무엇이던 간에 이제는 대통령이 집권운영 체제를 당정대의 효율적인 기능 분리에 주력해야 한다.

이 것이 한쪽으로 치우치면 국민모두가 경험했던 과거정권의 몰락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윤상진 기자  press@jeonp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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