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 설치된 연구실 중 안전 문제가 심각해 '개선 필요' 진단을 받은 곳이 312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1일 한국연구실안전전문가협의회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 최근 제출한 '과학기술계 출연연 연구실안전환경분석보고서'에 따르면 13개 출연연의 312개 연구실이 이런 진단을 받았다.

이는 분석 대상이 된 24개 출연연의 4천532개 연구실 가운데 6.9%에 해당한다. NST 소관 출연연 중 '국가보안기술연구소'에 있는 22개 연구실은 보안상 문제로 현장 방문이 이뤄지지 않아 이번 분석에서 제외됐다.

보고서 작성자들은 현장을 방문하고 해당 기관의 연구실 안전환경관리자나 담당 부서장을 면담해 연구실 안전 환경 실태 조사를 진행한 후, 이를 바탕으로 연구실별로 필요한 개선 유형을 ▲ 신축 ▲ 증축 ▲ 리모델링 ▲ 이전 ▲ 기타(단순 보수·설비 보완) 등으로 명시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은 '개선 필요' 지적을 받은 연구실이 132곳에 달했다. 이는 생명연 전체 연구실(312개)의 42.3%에 해당한다.

특히 생명연은 연구실 중 100개가 위치한 '연구동' 건물 전체를 아예 신축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연구 공간이 비좁고 피난 통로조차 확보되어 있지 않아 매우 위험한 상태라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다른 생명연 연구실 32곳에도 리모델링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안전성평가연구소는 전체 연구실 107곳 가운데 10.3%인 11곳이 지하에 위치해 증축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판단했다.

한국화학연구원(31개·15.4%), 한국지질자원연구원(26개·13.2%), 한국기계연구원(25개·12%), 한국생산기술연구원(21개·3.9%)도 안전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은 연구실 수가 많았다.

보고서는 보다 안전한 연구실 환경 구축을 위해 안전 현황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경영진과 관리자의 '안전 불감증'도 문제로 지적했다. 연구실 안전에 대해 민감도가 낮고 NST와 출연연 내 안전 관련 규정도 미비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기관의 원장 등 경영진과 상위 관리자의 연구실 안전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NST 및 소관연구기관 기본 사업 운영 규정'에 안전 관리비에 대한 구체적인 명시가 없고 타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며 "안전 관리비 비율을 '과제 인건비의 2%' 등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상진 기자  press@jeonp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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