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정보기술(IT) 수입제품을 확대하기 위한 다자간 협상에 돌파구가 열렸다.

11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베이징에서 IT 제품에 대한 관세 철폐를 규정한 정보기술협정(ITA)을 확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전했다.

양국의 합의에 따라 스위스 제네바 소재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진행돼온 ITA 적용품목 확대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은 10일 밤 이 같은 합의에 도달한데 이어, 11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외국 지도자들에게 합의 소식을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중이) 양해에 도달했다"며 "이는 제네바에서의 협상이 신속히 결론에 이르도록 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합의를 '기념비적'으로 평가하면서, 양국 관계가 정치적으로 냉각된 상황에서도 경제 분야에서는 진전이 이뤄진 점을 주목했다.

이 협정이 타결되면 의료장비,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비디오게임기, 반도체는 물론 첨단 IT제품에 대한 관세가 크게 낮아지거나 없어진다.

1997년 체결된 ITA는 반도체, 휴대전화, 컴퓨터 등 200여 개 IT제품의 관세 철폐를 규정한 다자간 협정이다.

우리나라와 미국, 중국을 비롯한 78개 체결국은 기존 무관세 품목에 디스플레이 등 새로운 상품을 추가하기 위한 협의를 벌여 왔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IT 제품 수출국인 중국이 자국의 산업보호 등을 이유로 다수의 예외를 요구하면서 지난해 11월 이후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번 타결은 미국과 중국이 이후 집중 협상을 통해 이견을 좁혔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마이클 프로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전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연내 ITA 확대가 타결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미 백악관은 WTO를 통한 최종 합의문 마련까지의 구체적 시간표를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프로먼 대표는 협상 타결 시 17년 만에 처음으로 IT 부문의 추가 관세 인하 협정이 이뤄진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신흥국 시장으로 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미국산 IT제품들의 상당한 (수출) 증대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너무나 많은 IT 신제품이 나와서 협정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환영했다.

김영일 외신기자  youngkim@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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