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외국계 금융기관의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한 상황에서 산업은행의 대출금 처리 방향이 주목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21일 만기가 돌아오는 쌍용차 대출금 900억원의 만기 연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산은은 지난 7월 6일과 19일 각각 만기가 돌아온 대출 700억원과 200억원의 만기를 모두 이달 21일로 연장했다.

산은 대출금의 만기 도래에 앞서 쌍용차가 만기에 이른 외국계 금융기관에서 빌린 차입금 원리금을 상환하지 않으면서 정부와 산은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 15일 JP모건, BNP파리바,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대출 원리금 상환을 연체했다고 공시했다. 상환 자금 부족에 따른 연체 액수는 약 600억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고용 유지에 주력하는 정부 입장에선 쌍용차 상황이 더욱 나빠져 결국 쓰러지게 내버려 두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책은행인 산은마저 자금 회수에 나서면 상징성 차원에서 쌍용차의 유동성 위기가 더욱 부각될 수 있다.

산은의 자금 회수가 국내 다른 채권은행의 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쌍용차의 우리은행 차입금(단기)은 150억원이다. 3개월 전(175억원)보다 25억원 줄어든 수치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산은이 만기 연장 카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채권단과 함께 쌍용차 지원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의 행보는 변수다.

산은은 쌍용차 대출 만기를 한 달 앞뒀던 지난 6월 '구두 보증'(verbal support)을 선 마힌드라가 나서 대출의 만기 연장에 힘써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이번에 마힌드라가 외국계 기관들과의 접촉을 통해 만기 연장 등으로 연체금 문제를 해결한다면 산은도 만기 연장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외국계 차입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산은 역시 대출 만기 연장을 해주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통상 연체 상태의 기업에는 은행들이 대출 만기 연장을 해주지 않고 자금 회수에 나서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계 자금 연체가 해결돼야 산은 대출금도 만기 연장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대출 연체는 어음처럼 못 갚으면 부도나는 것이 아니라 정상 이자율 대신 연체 이자율이 적용되는 것이라 기업이 당장 쓰러질 정도의 큰 문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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